Tuesday, February 9, 2010

재의 수요일 Ash-Wednesday

이 사람의 재능과 저 사람의 식견을 원하며
다시 선회旋回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바라지 않기 때문에
선회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그런 것들을 애써 얻으려 애쓰지 않으니
일상의 지배적 힘이 사라진 것을
슬퍼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늙은 독수리가 왜 날개를 펴야 하는지?)
. . .

시간은 언제나 시간이며
공간은 언제나 공간이며 공간일 뿐
실제하는 것은 한 때
한 공간에만 실제할 뿐이기 때문에
나는 현재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 기뻐하며
복 받은 얼굴을 포기하며
목소리를 포기한다.
. . .

그리고 우리에게 자비를 주십사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리고 나 자신과 지나치게 토론하고
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설명하려 드는
이 문제들을 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 . .

T. S. Eliot
Translated by Gene

처음에 그들은 유대인들을 잡으러 왔습니다.
그런데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그들은 공산주의자들을 잡으로 잡으러 왔습니다.
그런데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노동조합원들을 잡으로 잡으러 왔습니다.
그런데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그들이 나를 잡으로 잡으러 왔습니다.
그런데 나를 위해서 말을 해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마틴 니뮐러 목사 (1892-1984)
영어 번역시는 여기에.
Translated by Gene

Thursday, July 23, 2009



As soon as the writer "learns to write," as soon as he knows what he is going to find, and discovers a way to say what he knew all along, or worse still, a way to say nothing, he is finished.

- Flannery O'Connor, Mystery and Manners (FSG, 1970), p. 83.

Sunday, July 19, 2009


당신의 편지를 받을 때 제일 처음 느끼는 것은 당신의 체온이에요. 당신이 노래할 때 그 목소리에 담긴 것과 같은 따뜻함이에요. 얼른 당신의 편지를 바싹 끌어안고 싶지만 그러지 않아요. 잠시 기다리면 그 온기가 퍼져 나를 온통 감싸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을 때, 당신의 온기에 휩싸여 있을 때, 편지에 적힌 단어들은 먼 과거에 속하고 우리는 그 단어들을 함께 바라보고 있어요. 우리는 미래에 있어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래가 아니에요. 우리는 이미 시작한 미래에 있어요. 우리의 이름이 있는 미래에 있어요. 내 손을 잡아요. 당신 손목에 있는 상처에 키스를 해줄게요.

당신의,
아이다

John Berger, From A to X (Verso, 2008), pp. 32-33

Monday, June 22, 2009

사랑은 시간의 노리개가 아니다. . .
사랑은 시간의 낫과 창에 굴복하지 않고
세상의 종말 끝까지라도 감내하고 이겨낸다.

이것이 틀린 말이라면, 그리고 내 잘못임이 입증된다면
나는 이것을 쓰지 않았으며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노라.

Love is not Time's fool. . .
Love alters not with his brief hours and weeks
But bears it out even to the edge of doom.

If this be error, and upon me prov'd
I never writ, not no man ever lov'd.

William Shakespeare, Sonnet 116, quoted in John Berger, From A to X (Versos, 2008)
Trans. Gene

어린 시절로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들이
보듯 보지 않았고 공동 우물에서
나의 열정들을 길 수 없었다
나의 슬픔, 나는 내 가슴을 여느 같은
가락에 맞춰 춤추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 모두, 나는 혼자 사랑했다
어린시절 나는 폭풍우 같은 인생의 새벽에
아직도 나를 속박하는 신비를 길었다
선과 악의 온갖 깊이로부터 길었고
급류로부터, 샘물로부터
산 속의 붉은 절벽으로부터
가을의 금빛으로
내 주변을 운행한 태양으로부터
내 곁을 내리치며 지나간
하늘의 번개로부터
천둥과 비바람으로부터
내 눈에 악마의 형체로 보인
(나머지 ‘하늘’은 파랬지만)
구름으로부터 나는 그 신비를 길었다

Edgar Allan Poe, Alone
Trans. Gene

Friday, June 19, 2009



돈 키호테

영원한 젊음의 기사
오십 세의 그는 가슴속에서 머리를 찾고 나서
어느 칠월 아침
올바른 자, 미인, 정의로운 자를
손에 넣기 위해 길을 떠났다

어리석고 거만한 거인들에 맞서는 기사
슬프지만 용감한 로시난테의 등에 앉은 기사
나는 무언가를 갈망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만
당신의 가슴이 한 근에 한 근 더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이 풍차들과 싸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오

하지만 둘시네아가 당신의 여자라는 것은 물론 맞는 말이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당신은 이 사실을
거리 장사꾼들의 면전에 크게 외칠겠지만
그들은 당신을 말에서 끌어내려
흠씬 두들겨줄 것이오
하지만 당신은, 우리에게 내린 저주에 대항하는 불패의 기사인 당신은
무거운 철제 투구 덮개 뒤에서 계속 빛을 발할 것이며
둘시네아는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오


Nazim Hikmet, Don Quixote
Trans. Gene

Wednesday, June 17, 2009

내게는 은銀 안장을 얹은 말이 없다
기대어 살 유산도 없으며
모은 재산도 없고 부동산도 없다
꿀 한 단지가 내가 가진 전부다
불꽃처럼 붉은
꿀 한 단지!

나의 꿀은 -
재산과 부동산은 -
다시 말해 내 꿀 단지는
각종 해충으로부터
내가 지키는 모두이다
형제여, 두고 보라...
내 꿀단지에 꿀이 있는 한
꿀벌이 팀부쿠로부터
날아들 터이니

Nazim Hikmet, My Poetry
Trans. Gene

Monday, June 15, 2009

1962년 3월28일
나는 프라하-베를린 운행 기차의 창가에 앉아 있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연기 자욱한 젖은 평야의 지친 새처럼
밤이 내려앉고 있다
밤이 깔림을 지친 새와
비교하는 게 싫다

나는 내가 이 땅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땅을 일구어보지 않은 자가 땅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땅을 일구어본 적이 없으니
필시 그저 플라톤적인 사랑이리라

나는 지금까지 늘 이 땅의 강들을 사랑했다
정상에 성이 있는 언덕들
언덕들을 두르며 구부러지는 이 강처럼 움직임이 없거나
시야에서 사라지는 멀리 평평하게 뻗어나가든
나는 이 땅의 강들을 사랑했다
나는 같은 강에 몸을 두 번 담글 수 없음을 안다
강은 보이지는 않는 새로운 빛을 실어 나름을 나는 안다
사람의 수명은 말보다는 조금 더 길지만
까마귀보다는 훨씬 짧음을 나는 안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로 부심했고
내가 가고 난 뒤에도 그럴 것임을 나는 안다
내가 하는 이 모든 말이 예로부터 수없이 많이 회자되었고
내가 가고 난 뒤에도 계속 그럴 것임을 나는 안다

나는 내가 하늘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흐린 하늘 맑은 하늘
안드레이가 보로디노에 누워 관찰한 푸른 하늘
나는 감옥에서 『전쟁과 평화』 전편을 터키어로 번역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푸른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마당에서 들리는 소리다
간수들이 또 누군가를 구타하고 있다
나는 내가 나무를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모스크바 근방 페레델키노의 헐벗은 너도밤나무들
겨울날 나무들이 고결하고 수수하게 내게 엄습한다
포플러가 터키의 나무인 것처럼 너도밤나무는 러시아의 나무다
“이스미르의 포플러
잎들이 떨어지고 있다. . .
사람들이 나를 부르기를 칼이라고. . .
젊은 나무 같은 연인이라고 한다. . .
나는 장중한 장원 저택들을 하늘 높이 날려보낸다”
나는 1920년 일가즈 숲 어느 소나무 가지에 행운을 빌며
수놓은 리넨 손수건을 걸어 묶었다

나는 내가 길을 사랑하는지
심지어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마저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모스크바에서 크리미아 코크테벨레로 가는 길
베라가 운전을 하고 있다
밀폐된 상자 안의 우리 둘
양쪽으로 멀리 그리고 말이 없이 세상이 흘러 간다
나는 내 인생에서 누군가와 그렇게 가까웠던 적이 없다
내 나이 열여덟이었을 때 산적들이 볼루와 게레데 사이의
붉은 도로에서 나를 가로막았다
마차에서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내 생명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열여덟 살 나이에는 자신의 생명이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라마단 밤 그림자놀이에 가기 위해
어두운 진흙탕 거리를 종이등불로 밝히며 힘들게 걸어가며
과거에 어디선가 쓴 말이다
어쩌면 이것은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어디선가 책에서 읽은 얘기인지 모른다
여덟 살 소년이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스탄불의 라마단 밤에 그림자놀이를 보러가는 이야기
붉은 터키모를 쓰고 검은담비 모피 외투를 입은 할아버지
그리고 하인의 손에는 등불이 들려 있고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웬일인지 꽃 생각이 난다
양귀비 선인장 노란수선화
카디코브 이스탄불의 노란수선화 밭에서
나는 마리카에게 키스를 했다
신선한 아몬드 향내 같았던 그녀의 숨결
나는 열여덟 살이었고
내 가슴은 그네를 뛰며 하늘에 닿았다
나는 내가 꽃들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친구들이 감옥에 있는 내게 카네이션 세 송이를 보내주었다

방금 별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닥에 쓰러져 밑에서 쳐다보든
별들의 곁을 날아가든
나는 별도 사랑한다

우주비행사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별들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지
검은 융단에 놓인 큰 보석처럼 보이는지
오렌지색 가운데 살구처럼 보이는지
별들에게 가까이 갔을 때 마음이 뿌듯했는지
잡지책에서 우주의 컬러 사진을 보았다 자 동지들이여
동요하지 마시오 어떤 별들은 非具象적인 혹은 추상적인
그림들과 같았는데 다시 말해 지극히 조형적이고 실재적이었소
별들을 바라보는 내 가슴은 입까지 나와 있었다
별들은 사물을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우리의 욕망이다
별들을 바라보며 나는 죽음을 생각하되 전혀 슬픈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내가 우주를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내 눈 앞에 눈이 반짝인다
펑펑 줄기차게 내리는 젖은 눈과 소용돌이치는 마른 눈
나는 내가 눈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내가 해를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 체리처럼 빨갛게 해가 질 때조차도 그랬다
이스탄불에도 때론 그림엽서 같이 해가 지지만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조프 바다를 제외하고는 내가 바다를 사랑하는지
혹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내가 구름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내가 구름 밑에 있든 구름 위에 있든
구름이 거인처럼 보이든 거친 털의 흰 짐승 같든
나는 내가 구름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가장 가장되고 가장 무기력하고 가장 프티 부르주아적인
달빛이 갑자기 나를 비춘다
나는 달빛이 좋다

나는 내가 비를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미세한 그물처럼 내리든 유리창에 철벅거리든 내
가슴은 그물에 엉키거나 한 방울 비에 갇혀 미지의 나라들을
향한다 나는 내가 비를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프라하-베를린 기차의 창가에 앉아
느닷없이 이런 격정들을 발견한 것은 어인 일인가
여섯 번째 담배를 피워 물었기 때문일까
담배 하나로도 나는 죽을 수 있다
모스크바에 두고온 누군가를 생각하며 반은 죽어 있기 때문일까
그녀의 밀짚금발 머리 푸른 속눈썹

기차가 칠흑 같은 밤을 관통하며 돌진한다
나는 내가 칠흑 같은 밤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했다
엔진에서 불꽃이 튀어 날아간다
나는 내가 불꽃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내가 그렇게 많은 것들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60세가 되어서야 이 사실을 발견했다 프라하-베를린 기차의
창가에 앉아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나는 듯
세상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Nazim Hikmet, Things I Did Not Know I Loved
Trans. Gene

Sunday, June 14, 2009

I

산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
즉 다람쥐의 삶
삶을 초월한 저 너머의 무엇을 찾지 않는 삶
산다는 것 자체가 모든 활동의 전부인 삶을 살아야 한다

산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니다
삶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어느 정도까지 그래야 하냐면, 가령
등 뒤로 양손이 묶여 벽에 기대 세워지거나 혹은
흰 가운과 안전 안경을 끼고 실험실에 있더라도
또 산다는 것은 정말 실감나고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아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죽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죽을 수 있는
정도까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즉 70세가 되어서도 올리브 나무를 심되
자신의 자손을 위해서가 아니라
죽음이 두렵더라도 그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
즉 산다는 것이 더 중하기 때문에
올리브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II

중병을 앓아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할 때
흰 수술대에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해도
너무 일찍 가게 되어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도
그래도 귀에 들리는 우스갯소리에 웃을 것이며
비가 내리는지 창밖을 내다볼 것이며 혹은
마음 졸이며 뉴스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전선에 나아가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위해 총을 든다고 할 때
그곳 첫 공격이 있는 바로 그날 쓰러져
얼굴을 땅에 대고 죽을지 모르지만
야릇한 분노를 느끼며 이 사실을 알겠지만
몇 년이고 계속될지 모를 전쟁의 결과를
죽도록 걱정할 것이다
수감되어 50이 다 되었다고 할 때
18년을 더 기다려야 철문이 열린다고 해도
그래도 우리는 바깥세상과
사람들과 동물들과 더불어 살 것이며
땀 흘리며 굽이칠 것이다
즉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우리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야 한다


III

이 땅은 싸늘하게 식을 것이다
별들 가운데 있는 하나의 별
가장 작은 별 중 하나인 이 땅
파란 벨벳의 빛나는 띠끌
이 지구, 멋진 땅
이 땅은 언젠가 싸늘하게 식되
얼음조각처럼 혹은
죽은 구름같이도 식지 아니 하고
속이 빈 호두처럼
칠흑의 우주 공간을 굴러갈 것이다
이것을 슬퍼해야 할 때는 지금이며
바로 지금 이 슬픔을 느껴야 함은
세상을 그만치 사랑해야 함이며
그래야만 “내가 여기 살았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Nazim Hikmet, On Living
Trans. Gene

협심증

의사 선생, 내 심장의 반쪽이 여기 있다면
다른 반쪽은 황허 강을 향해 쇄도하는
군대와 함께 있다오
그리고 말이오, 의사 선생
매일 아침 해가 뜰 때 내 가슴은
그리스에서 총살당하고
매일 밤은 말이오, 의사 선생
죄수들이 잠들고 진료소가 비었을 때
내 가슴은 이스탄불의
어느 너덜너덜한 오래된 집에서 멈추었소
그런데 십 년이 지나
내가 불쌍한 동포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말이오
의사 선생, 빨간 사과 하나밖에 없다오
내 가슴 말이오
의사 선생, 그게 바로
이 협심증의 원인이오 -
니코틴, 감옥, 동맥경화 때문이 아니오
창살 틈으로 밤을 쳐다보면
가슴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내 가슴은 여전히 아주 먼 별들과 함께 뛰고 있다오

Nazim Hikmet, Angina Pectoris
Trans. Gene


Saturday, June 13, 2009



ㅈ ㅎ ㅍ ㄱ
숨막히는 외로움 (1)

외로움이라는 고통스러운 경험에 돌입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게 아니다. 우리는 외로움이라면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그것은 인생의 어느 순간, 누구에게든 닥치는 경험이다. 어렸을 때 눈이 사시라고 같은 반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을 때 느꼈을 수도 있고, 고등학교 시절에 들고 싶은 운동부에 들지 못해 그랬을 수도 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모두가 학점 얘기나 하고 좋은 친구는 찾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을 수 있다. 혹은 어떤 운동단체에 가담했을 때 아무도 자신의 제안에 귀기울이 않았던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선생이라면 자신이 공들여 준비한 강의에 학생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게 느껴지는 경험이 있을지 모른다. 목사나 신부라면 좋은 뜻으로 행하는 자신의 설교를 들으며 조는 사람들을 보고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직장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갖는 회의에서, 학회에서, 상담시간에, 기나긴 사무실 근무시간에, 단조로운 노동을 하며, 혹은 혼자 책을 읽을 때 지속적으로 집중해서 읽을 수 없는 책에서 눈을 떼고 다른 데를 쳐다보며 그런 느낌을 가질지 모른다. 사실상 인간이라면 거의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와 유사한 - 혹은 그보다는 더욱 극적인 - 상황에 놓이게 마련이다. 이 때, 내면에 그 이상한 좀먹는 듯한 느낌, 그 정신적인 공허감, 그 마음을 어지럽히는 불안감을 느끼며 “외롭다”는 생각을 한다.

. . .

우리가 처해진 현대사회는 외로움을 더욱 예리하게 느끼게 한다. 우리는 가장 친밀한 관계마저도 경쟁과 겨룸의 부분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살고 있다.

- Henri J.M. Nouwen, Reaching Out (Doubleday, 1986), pp. 23-24.
Trans. Gene

Friday, June 12,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