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31, 2009

새로이 합성된 화학 물질의 결정체가 - 예를 들어 새로운 종류의 의약품이 - 전례가 없는 가운데 처음으로 나타날 경우, 같은 화합물이 계속 반복해서 결정화結晶化되면, 그 결정체가 어디 다른 곳에서 이미 형성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계 곳곳에서 같은 결정체가 형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습관은 과거의 행동에서 야기되는 축적적인 감응感應에 달려 있다. 우리는 이 감응에 동조同調 tune in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습관이 우리의 신경계통에 물질적인 형태로 저장되어 있을 필요가 없다. 이것은 우리의 의식적인 기억 - 우리가 아는 노래, 또는 지난해에 있었던 어떤 일 등 - 에도 적용된다. 과거는 어떤 의미에서 현재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은 우리가 그러리라고 으레 생각하듯이 우리의 두뇌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 Rupert Sheldrake, Morphic Resonance & The Presence of the Past: The Habits of Nature (Park Street Press, 1995), xviii.
Trans. Gene




행복한 사람이 하는 사랑은 행복하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함께하고자 하는 바람이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사랑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그 행복을 나누어갖지 않아도, 기쁨에 넘친다. 그리고 그 기쁨을 나누어 갖고자 하지도 않는다.

- Simone Weil, An Anthology (Grove Press, 1986), p. 271.
Trans. Gene

Monday, March 30, 2009




지렁이의 노래

우리는 땅밑에 너무 오래 있었다
우리는 우리 할일을 했다
우리는 많지만 하나다
우리는 우리가 인간이었음을 기억한다

우리는 뿌리와 돌 틈에서 살았다
우리는 노래를 불렀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우리는 밤이 되면 땅 위에 나오지만
사랑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그것은 구두창을 혐오한다
그들의 엄격한 가죽 종교를 혐오한다

우리는 밑에서 본 구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
우리는 구두의 철학을 안다
걷어차기 구두와 사다리의
형이상학을 안다
우리는 구두가 무섭지만
구두를 필요로 하는 발은 경멸한다

우리는 곧 잡초처럼 곳곳을
천천히 침범할 것이다
사로잡힌 갖혀 있던 풀들이 우리의
반란에 동참할 것인즉
울타리가 무너지고
벽돌 벽이 물결치며 무너질 것이다

구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흙을 먹고
잠을 잔다. 우리는 너희들의
발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일제히 공격의 함성을 지를 때
처음에는 너희들의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 Margaret Atwood, Eating Fire (Virago, 1995), pp. 148-149.
Trans. Gene

Sunday, March 29, 2009




Version 1.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면
내 가슴이 펄떡 뜁니다
내 인생의 시작에 그랬고
성인인 지금도 그러합니다
내 늙어져도 그러기를 바라니
그러지 아니하면 죽음이 나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나의 바램은 나의 인생이 하루하루
꾸밈없는 경건함으로 점철되는 것입니다

Version 2.

하늘의 무지개
뛰는 내 가슴
어릴 때 그랬듯
지금도 그러하니
늙어도 그러하기를
그러지 아니하면
내 차라리 죽으리!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내 인생의 바램은
매일 하루하루 꾸밈없는 경건함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 William Wordsworth,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Trans. Gene




나는 한 조각구름, 외로이 높이 떠
계곡과 언덕 위로 쓸려 다니는데
문득 한 무리 수많은 수선화,
춤추는 수선화 내 눈에 들어오더라
연못 기슭 따라 이어 선 나무 아래
산들바람에 춤추는 수많은 수선화

파도가 그 옆에 춤을 추지만 수선화는
환희에 반짝이는 파도를 무색하게 했네
그런 웃음을 웃는 무리와 함께 있는
시인이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으랴
황홀히 쳐다보고 또 보았어도 그 광경이
내게 어떤 부富를 안겨주었는지 알지 못하였더니

간혹 멍한 기분에 혹은 시름에 잠겨
침상에 누워 있을 때면 내 감은 눈꺼풀
안쪽에 그 수선화들 문득 비추어 보임이
그것이라 고독의 축복이 그러하매
내 가슴은 기쁨으로 충만해지며
수선화들과 함께 춤을 추노라.

- William Wordsworth,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rans.
Gene





잃는 예술은 터득하기 어렵지 않아요
수많은 물건들은 잃기 위해 있는 듯해요
그러니 잃어버려도 큰일은 아니에요

매일 무엇이든 잃어버리세요. 집 열쇠를 잃는 낭패를
허비한 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잃음의 예술을 터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더 멀리에 더 빨리 잃어버리는 연습을 하세요
이름, 장소, 여행 가려 했던 곳들. 이들 어떤 것도
재난을 불러오지 않을 거예요

나는 어머니의 시계를 잃어버렸어요. 그리고 보세요!
내가 애지중지하던 집 셋 중에 마지막 집, 그 전의 집,
모두 잃었어요. 잃음의 예술은 터득하기 어렵지 않아요

두 개의 도시, 그 아름다운 도시들을 잃었어요. 그리고
더 넓게는 내가 소유했던 영역들, 두 강과, 대륙 하나를 잃었어요
그것들이 마음속에 허전하고 보고 싶지만 어떤 재난은 아니었어요

-- 그리고 당신을 잃은 것도 (내가 아주 좋아했던
그 농담 어린 음성과 제스처도 포함해서) 재난은 아니었어요
잃음은 재난처럼 보일지 몰라도
잃음의 예술은 터득하기 어렵지 않아요.

- Elizabeth Bishop, One Art
Trans. Gene

Saturday, March 28, 2009





그는 그에게서 괴로움이 아닌 기쁨을 받았다. 그리고 그도 모르게 어느새 가슴속에 일기 시작한 어떤 갈망 때문에 희미해진 정신으로 막연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자 그는 앞에 놓인 길이 지금까지 받은 기쁨을 상처로 돌려주게 될 길임을 감지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겁쟁이의 길일 것이다. 발길을 돌리며 마주한 햇빛이 부시시했다.




내 가슴에서 기쁨의 샘이 솟기 시작했고 이것은 눈으로 흘러나왔다. 눈물을 통해 눈앞에 펼쳐진 전경이 마법의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 George MacDonald, Phantastes (Eerdmans, 2000), p. 65
Trans. Gene

기쁨과 슬픔이 담기는 잔은 따로 있지 않다. 기쁨을 마시는 순간에도 슬픔은 산성을 준비하고 있고 슬픔을 마신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기쁨은 발효하기 시작한다.

그래, "원초적인 연민"에서 "달관한 마음을 가져다주는 세월"에서 힘을 얻을 것이다.

Friday, March 27, 2009









나는 무엇을 말하든 들판 전부는 아니더라도 늘 이파리나 꽃 한 송이가 있어야만 한다. 하늘은, 나는 하늘의 일일 창작과 매일 미친 듯한 사랑에 빠져 있다. 찬 파랑색, 고양이 빛 회색, 구름의 돛단배....... 적어도 하늘이 하늘만큼 없으면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나는 왠지 그것을 말하지 못한다. 물, 개울, 우물, 강, 바다도 있지만 하늘이 거기 있어야 한다. 가슴이 거기에 있으려면. 펜을 손에 쥐려면. 생각이 떠오르려면.

- Mary Oliver
Trans. Gene

Thursday, March 26, 2009




나는 누군가 내게 가까이 오면 왜 외면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오늘에야 알았네. 그렇게 외면해야지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단 말일세. 그럴 때 나는 내가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괴물, 용납할 수 없는 인간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네.

- W. G. Sebald, Austerlitz (Modern Library, 2001), p. 125.
Trans. Gene




나는 부르주아의 생활에서 그랬던 것처럼 예술가들과 지식인들 가운데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네. 나는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 그러나 누군가를 알게 되면서 내가 너무 상대방에게 가까이 갈 때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어. 상대방이 내게 관심을 갖게 되면 나는 바로 뒤로 물러선 것이지. 나는 결국 극도의 일정한 예절을 통해서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했다네. 이 예절은 상대방을 생각해서라기보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옛날부터 해방되지 않은 절망감에 의해 나의 삶이 언제나 그늘져왔다는 사실을 내 자신이 무시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라네.

- W. G. Sebald, Austerlitz (Modern Library, 2001), p. 125.
Trans. Gene




잠시 잠을 자고 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난다. 죽음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죽음아, 너는 죽을 것이다.

- John Donne
Trans. Gene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은 우리에게서 가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 느끼는 것들은 이 세상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 그 뿌리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자들은 이 세상 만물의 본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자라나는 것은 생명을 갖고 있으며, 이것은 다른 신비의 세계와 접촉하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서만 생동합니다.......

- Fyodor Dostoyevsky, The Brothers Kramazov quoted in A Conversation with W. G. Sebald (Seven Stories, 2007), p. 115.
Trans. Gene

Wednesday, March 25, 2009




진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진보하지 않는다. 아무데도 이르지 못한다. 진보가 진보하고 있는 사이에 세상은 어느새 다른 데로 새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There is this thing called progress. But it doesn't progress. It doesn't go anywhere. Because as progress progresses the world can slip away.

- Graham Swift, Wat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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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정신적 쇼크를 주는 경험에 필적한다. 의식에 접수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것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 Long J.J. and Anne Whitehead, W. G. Sebald: A Critical Companion (Univ of Washington Press, 2004)
Trans. Gene




나방의 삶과 죽음....... 더운 계절이 되면 그런 야행성 곤충이 작은 뒤뜰에서 심심찮게 집안으로 잘못 들어오네. 아침에 일찍 일어나보면 나방이 꼼짝 않고 벽에 들어붙어 있어. 나방들은 자기들이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안다고 나는 생각하네, 하고 아우슈털리츠는 말했다. 조심스럽게 잡아서 밖에 놓아주지 않으면 나방은 있던 자리에 꼼짝 않고 그대로 있을 거야. 몸에서 마지막 숨이 빠져나갈 때까지. 실로 나방은 죽은 후에도, 애초에 자기가 불행을 맞게 된 바로 그곳에 그대로 있을 것일세. 단말마로 경직된 작은 발을 단단히 움켜잡고 있던 곳에 말이야. 통풍이 불어 나방을 그 자리에서 떨어뜨리고 먼지투성이의 귀퉁이로 쑤셔 넣을 때까지 그대로 거기에. 가끔 우리 집에서 그렇게 최후를 맞은 나방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드네. 나방은 길을 잃었을 때 어떤 공포와 고통을 느끼는지 하고 말이야.

- W. G. Sebald, Austerlitz translated by Anthea Bell, 93-94. Modern Library, 2001.
Trans. Gene

Tuesday, March 24, 2009




어느 날 저녁 집을 나서
브리스톨 거리를 걷는데
포장로에 붐비는 사람들
초가을 밀밭이었네

밀물 든 강가
철도 아치 밑에서 들리는
어느 연인의 말
“사랑은 끝나지 않아요.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중국과 아프리카가 맞닿을 때까지
강물이 산 위로 도약하고
연어가 거리에서 노래할 때까지.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바다가 접혀 줄에 널려 마를 때까지
일곱 개 별이 거위처럼
꽥꽥거리며 하늘을 날아다닐 때까지

(이하 생략)


- W. H. Auden
Trans. Gene




기대는 삶을 온전하게 한다. 기대감이 있으면, 현재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기대감이 있으면, 현재의 기쁨에서 기쁨을 찾을 뿐 아니라, 슬픔 가운데서도 기쁨을 찾는다. 기대감이 있으면, 현재의 행복에서 행복을 찾을 뿐 아니라, 고통 가운데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기대감은 행복과 고통을 똑같이 벗 삼을 수 있게 한다.

(어느 책에서 읽은 것인지 기억나지 않음.)




세상은 지금 있는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까닭이 없다.
세상에 다시 박차를 가하려면
찾으라. 그것을 알 때까지.

- Bertolt Brecht
Trans. Gene




다시금 나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내가 정신 이상은 아닐까? 불치의 병을, 히스테리아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 의문들은 수사학적인 의문이다. 나를 억압하는 것은 신경증이 아니라 정확하게 투영된 실재다.

- Jean Améry, At the Mind's Limit
Trans. Gene









해부 대상인 범법자 킨트의 왼손... 아침에 잠깐 읽은 소설에서 나온 것. 렘브란트의 실수였느냐, 고의였느냐에 관한 부분이었다. 서술 속 화자의 생각을 읽고 역시 렘브란트로구나 했다.



(2.0124) Objects contain the possibility of all situations.
사물에는 모든 상황에 대한 가능성이 담겨 있다.

- Ludwig Wittgenstein,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
Trans. Gene

DO YOU KNOW WHERE MY



IS?

FOR IT'S


TO MOUNT A SEARCH PARTY

FOR MY SOUL.

Monday, March 23, 2009




한낮에는 내가 그녀와
함께 있는 꿈을 꾸고 밤에는
그녀가 여전히 내 곁에 있는 꿈을 꾸네
색실 일습을 들고 있는 그녀
비단 꾸러미 위로 구부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데 내 행색이 초라해 보일까 저어하여
옷을 깁고 고쳐 짓고 있네. 그녀는 죽어서도
내 사는 모양을 지켜보는데 그녀에 대한 변함없는 기억은
나를 죽음으로 끌어당기네

梅堯臣 Mei Yao Ch'en, A Dream At Night, translated into English by Kenneth Rexroth
Trans. Gene





시인 테드 휴즈실비아 플래스의 아들이 자살했다. 엄마인 실비아 플래스는 46년 전에 자살했다. 자살한 니콜라스 휴즈의 나이는 47세. 독신이며 자식이 없다. 실비아 플래스가 자살한 원인은 테드 휴즈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플래스는 부엌의 가스를 켜고 자살을 하면서 부엌문 밑을 타월로 막아 방에서 자는 아들에게 해가 안 가도록 했다. 그리고 테드 휴즈의 애인도 플래스가 죽고 6년 후에 똑같은 방식으로 테스 휴즈와의 사이에서 난 딸과 함께 자살했다. 테드 휴즈는 1998년에 작고했다.





헬베티카 활자는 1950년대에 사람들의 의식에 던져졌다. 그것은 깔끔하고, 위협적이지 않고, 중립적이었고, 보기에 좋았다. 그러다가 어느새 디자이너들의 하나, 둘, 헬베티카를 쓰기 시작했다. 이것을 쓰는 디자이너의 수가 늘자, 바로 그렇기 때문에 - 수가 늘었기 때문에 - 더욱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활자를 쓰고 싶어 했다. 헬베티카는 이제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활자가 되었다. 어디를 가든 헬베티카를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다. 헬베티카는 모든 디자이너의 꿈일 것이다. 세계 도처에 편재하는, 마치 공기 같은 디자인을 창출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꿈. (개인 사용자나 기업체들은 이 활자를 사용하려면 스위스의 회사에 돈을 주고 사용해야 한다. 활자의 사용권을 사야 한다. 맥킨토시에는 이 활자가 일부 딸려오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공짜로 쓰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를 사는 돈의 일부는 스위스로 가고 있으니까.)

그러나 여기서 디자이너나 꿈을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할베티카에 내재적인 장점을 초월하는 어떤 현상, 어떤 self-organizing force 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을 형성하는 요인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것이며, 이 요인들이 어떤 역학으로 운동을 시작해서 사람들의 의식 속에 편재하고 누구나 따라가는 모티프가 되었느냐는 것이다.




자연계는 - 즉 흰개미 콜로니, 비둘기 등 - 선행先行 동종同種 무리로부터 축적 기억collective memory을 물려받는다. 지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졌어도 상관없다. 이 축적 기억 때문에 만물의 본성은 점점 더 습관적이 된다.
...

너도밤나무 묘목은 성장해가며 너도밤나무에 특징적인 형체, 나뭇결, 습성을 갖춘다.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앞서간 너도밤나무들에게서 본성을 물려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유전은 단순히 화학적 유전인자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 존재했던 수많은 너도밤나무들의 성장과 발달 습관의 전달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

푸른박새가 새로운 습성을 체득하면 - 우유병의 뚜껑을 찢어 열고 우유를 먹는 것과 같은 습성 - 정상적인 소통 범위를 벗어나는 곳에 있는 다른 곳의 푸른박새들도 부쩍 같은 습성을 배우는 경향을 보인다.

사람들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보면 - 예를 들어 윈드서핑 같은 것을 배울 때 -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배우게 되고, 또 그러는 가운데 새로 배우는 사람들이 같은 기술을 점진적으로 더 쉽게 배우는 경향이 있다.

- Rupert Sheldrake, The Presence of the Past (Park Street Press, 1995)
Trans. Gene



인생은 꿈이 아니다
하지만 꿈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필히 꿈이 될 것이다.

- Novalis
Trans. Gene
확실히, 내 자신의 경험으로는, 모든 문제를 깨끗이 처리하고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어가는 것 같을 때 반드시 무슨 일이 또 생기고 내가 계획했던 모든 것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곤 했다. 세상 일이 그런 법이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착각은 35살 정도까지 상향 곡선을 긋다가 그 다음에는 멈추어버린다. 나는 이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 W. G. Sebald
Trans. Gene

Sunday, March 22, 2009




자신이 제일인 줄 알고,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착각이나 자만심에서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살다가 인생을 마치는 것보다는 넘어져 겸허해지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웅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엿한 한 사람의 대장부도 제대로 되지 못할 것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대장부다움을 확신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깨달아 알게 되었다.

- George MacDonald, Phantastes (Eerdsmans, 2000), p.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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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는 희열의 꿈을 꾸다가
깨어날 것이며 눈물은 없을 것이다.
꿈은 계속된다. 깨어남은 단지
수면의 거울이 깨지는 것일 뿐이다.

- George MacDonald, Phantastes (Eerdmans: 2000), p.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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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무엇이든 본다. 무엇이든 듣는다. 기쁨으로 나를 뇌쇄하는 무엇을, 빛 속에 나 자신을 잃게 하는 그 무엇을. 보기 위해, 듣기 위해, 이 폭신한 세상 속에 나를 잃기 위해, 나 자신에게 기쁨과 환성을 가르치기 위해 나는 태어났다. 특별한 것, 대단한 것, 두려운 것, 엄청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것, 일반적인 것, 단조로운 것, 일상적인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깍을 수 없는 세상의 빛, 대양의 반짝임, 풀잎으로 엮은 기도 - 오, 선한 학자여, 독백하노니, 그런 가르침에 어찌 지혜로워지지 않을쏘냐?

- Mary Oliver, 3월15일 시의 산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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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슴을 아프게 할 이야기가 있어요. 들을 용의가 있어요? 지난겨울 아비阿比 물새들이 동네 항구에 날아와 죽었어요. 하나씩, 하나씩. 사인은 아무도 몰라요. 내 친구가 해변의 물새 한 마리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어요. 머리를 쳐들고 멋진 부리를 열더니 소리를 냈어요. 생명을 음미하는 길고 감미로운 소리를. 아마 직접 들으면 그것이 신성한 소리라는 것을 알 거에요. 그 소리를 듣지 못했으면 새들이 아직 노래를 하고 있는 그곳으로 서둘러 가보는 게 좋을 거예요. 거기가 어디인지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요. 반점과 진주빛의 이 물새, 어딘가 숨겨진 호수의 집으로 날아갈 계획이었던 이 물새는 다음날 아침 해변에 죽어 있었어요. 당신의 가슴을 아프게 하려고 이 얘기를 해주는 거예요. 그 아픔은 어떤 아픔이냐하면, 이 세상 전체에 대해 전체를 향해 열려 닫히지 않는 그런 아픔이에요.

- Mary Oliver,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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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저 아이를 따라 가보시겠어요?
한때 든 빛이 이운 그곳으로 . . .




진화론적인 용어를 빌자면, 우리 인류의 속성 가운데 하나는 절망의 종種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우리는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환경이 아닌 환경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발이 닿지 않는 물속에 들어가 허우적대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쫓겨나고 있는, 아니 우리가 스스로를 쫓아내고 있는 자연 세계와 우리의 두뇌세포가 만들어내고 있는 다른 세계의 경계선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그리고 분명한 것은 그 단층선이 우리의 육체와 감정의 구조를 꿰뚫고 지나간다. 지나간다는 것이다. 아마 이 단층선이 형성하는 단층면들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는 곳이 바로 고통의 근원지일지 모르겠다. 기억은 바로 그 현상의 하나다. 우리가 감정의 동물로 승인되는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탈출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우 잘 해내는데 -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하는 것이 억제 수단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내 경우는 걷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사실 나는 벗어나고픈 큰 욕구는 없다. 우리는 가능한 한 고개를 쳐들고 똑바로 서서 그것을 헤치고 나가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 W. G. Sebald, The Emergence of Memory (Seven Stories Press: 2007), 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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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기억도 사고력도 없었다.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내 인생은 끊임없는 흔적 제거의 과정이었다. 내 자신과 세상에 등을 돌리는.......

- W. G. Sebald, Austerl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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