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14, 2009

I

산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
즉 다람쥐의 삶
삶을 초월한 저 너머의 무엇을 찾지 않는 삶
산다는 것 자체가 모든 활동의 전부인 삶을 살아야 한다

산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니다
삶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어느 정도까지 그래야 하냐면, 가령
등 뒤로 양손이 묶여 벽에 기대 세워지거나 혹은
흰 가운과 안전 안경을 끼고 실험실에 있더라도
또 산다는 것은 정말 실감나고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아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죽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죽을 수 있는
정도까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즉 70세가 되어서도 올리브 나무를 심되
자신의 자손을 위해서가 아니라
죽음이 두렵더라도 그것을 믿지 않기 때문에
즉 산다는 것이 더 중하기 때문에
올리브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II

중병을 앓아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할 때
흰 수술대에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해도
너무 일찍 가게 되어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도
그래도 귀에 들리는 우스갯소리에 웃을 것이며
비가 내리는지 창밖을 내다볼 것이며 혹은
마음 졸이며 뉴스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전선에 나아가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위해 총을 든다고 할 때
그곳 첫 공격이 있는 바로 그날 쓰러져
얼굴을 땅에 대고 죽을지 모르지만
야릇한 분노를 느끼며 이 사실을 알겠지만
몇 년이고 계속될지 모를 전쟁의 결과를
죽도록 걱정할 것이다
수감되어 50이 다 되었다고 할 때
18년을 더 기다려야 철문이 열린다고 해도
그래도 우리는 바깥세상과
사람들과 동물들과 더불어 살 것이며
땀 흘리며 굽이칠 것이다
즉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우리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야 한다


III

이 땅은 싸늘하게 식을 것이다
별들 가운데 있는 하나의 별
가장 작은 별 중 하나인 이 땅
파란 벨벳의 빛나는 띠끌
이 지구, 멋진 땅
이 땅은 언젠가 싸늘하게 식되
얼음조각처럼 혹은
죽은 구름같이도 식지 아니 하고
속이 빈 호두처럼
칠흑의 우주 공간을 굴러갈 것이다
이것을 슬퍼해야 할 때는 지금이며
바로 지금 이 슬픔을 느껴야 함은
세상을 그만치 사랑해야 함이며
그래야만 “내가 여기 살았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Nazim Hikmet, On Living
Trans. G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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