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Talbot
Henri J.M. Nouwen, The Wounded Healer (New York: Doubleday, 1990), pp.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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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봉, "간이역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 (이룸, 2003), pp. 47-48.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면 삶을 지탱해나갈 수 없습니다.
길고 고된 여행길에서 돌아오는 사람은 지금,
기차역 혹은 공항에서
누군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고 싶어합니다 –
집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그간에 있었던 고통스러웠던 순간들,
흥분되었던 순간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합니다.
1892년, 살인미수로 수감된 미국의 무정부주의자
알렉산더 버크먼은 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몇몇 친구가 없었다면
14년의 잔혹한 감옥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렸을 것입니다.
(Alexander Berkman, Prison Memoirs of an Anarchist, New York, 1970)
1960년, 주유소에서 70달러를 턴 혐의로
‘소울대드’라는 중범 형무소에 수감되어,
1971년 탈옥을 시도하다 살해당한 조지 잭슨의 경우,
만일 그의 부모와 두 형제, 그리고 페이 스텐더라는 친구가
밖에서 그를 기다리며, 그가 쓰는 편지를 받으면서
그의 모든 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답장을 해주지 않았다면,
그가 남긴 인간적인 내용의 감명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Soledad Brother, The Prison Letters of George Jackson, New York, 1970)
이처럼 사람은 자기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제정신을 잃지 않고 삶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육체가 건강을 잃었을지라도
인간의 정신은 실로 육체를 다스릴 수 있는 것입니다.
죽음을 가까이 둔 어머니는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을 보기 전까지
죽음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이며,
전쟁터에 나가 있는 군인은
아내와 자식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앎으로써
정신과 몸이 주저앉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무도 기다리지 않을 때,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고투에서 살아남을 찬스는 없습니다.
(...)나는 당신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내일도 당신을 기다리며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나를 실망시키지 마세요.이웃에게 이렇게 말할 때,
내일은 더 이상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이 아닙니다.
기다리겠다고 말한 이웃을 통해서
내일은 실체가 되며,
기다리는 사람을 보고
삶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
생명을 구하는 관계는 단시간에 형성될 수 없다고 말하며
기다림의 힘을 감소시키지 맙시다.
깊은 아픔에 잠겨 있는 사람에게
한번의 시선과 한번의 악수는
오랜 세월의 우정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영원할 뿐만 아니라,
단 한순간에 생성되기도 합니다.
Henri J.M. Nouwen, The Wounded Healer (New York: Doubleday, 1990), pp.66-67
집이란 무엇보다도 사랑과 행복의 공간이며 거꾸로 사랑은 집을 집으로 존재하게 하는 구성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 없는, 또는 사랑을 잃어버린 집이란 더 이상 집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형도의 짧은 시 <빈집>은 사랑의 상실이 빈집을 ‘생산’하는 역학을 감상적이면서도 비의적인 언어에 담았다.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갖혔네
기형도 <빈집> 전문
최재봉, "간이역에서 사이버스페이스까지" (이룸, 2003), pp. 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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