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에서 한 사내가 경찰에 연행되었다. 아내를 찾기 위해 안데스 산에 오르겠다고 고집을 피우다 그리 되었다. 사내는 아내가 1년 전에 타우에른 산에 올랐으며 타펜카르 산 부근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크레바스
crevasse 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 두 산이 잘츠부르크 알프스 산맥에 있다는 것은 리마의 경찰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페루경찰이 그를 데려가 조사를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사내가 입고 있던 바지는 다 해어져 있었고 셔츠는 오스트리아 카른텐 지방의 농군 옷이었다. 이래저래 수상하게 보인 사내는 리마 시내에서 연행되었다. 경찰은 사내가 페루에 온 목적이 정말 무엇인지 캐내고자 했다. 조사해보니 사내는 실제로 오스트리아 카른텐의 페를라흐에서 태어났으며 번창하는 총기 회사를 운영하던 부유한 오스트리아인이었다. 이 외에 신문에 더 자세하게 보도된 것은 없었다.
Thomas Bernhard,
The Voice ImitatorTranslated by Gene 베른하르트의 짧고 짧은 단편소설이다. 아내를 지구의 반대편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내의 희망은 얼핏 희극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내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실성을 한 것인지 모른다. 또 그렇지 않은지도 어쩌면 단순한 실성이 아닌지도 모른다. 포도주가 물에 포착된 빛이듯이, 슬픔에 포착된 기억이 빚어낸 희망의 신기루가 보이는지도... 신기루... 희망의 신기루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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