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을 살펴본다.
살펴봐도 믿음은 없다.
마음속 겹겹이 주름진 곳
그분이 가려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두루 알려져 있지 않음을 본다.
의무의 견고한 틀이
뿌옇게 피어오르는 증기처럼 허물어진다.
아무런 소용없는 일이다.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지는 나 자신.
머물러야 한다. 순종만 있을 뿐이다.
서둘러 일어나 그분이 명하신 일을 행한다. (1)
믿음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순종은 우뚝 선다. 포도주를 예찬하며 “포도주는 물로 포착된 빛이다.”라고 갈릴레오는 말했다. (Wine is light, held together by water.) 이 표현을 빌려서 순종은 의지에 포착된 빛이라고 부르고 싶다. 의혹의 토네이도에 휘말려도 순종을 상기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맥도널드에게 그 표현은 매우 적절한 것 같다. 사방에 보이는 것이 없어도 순종으로 자신을 다잡아 나가는 모습은 나에게 너무 커 보인다.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이 숲이 누구네 숲인지 알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집이 마을에 있으니
숲이 눈으로 채워지는 것을
내가 여기 멈춰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리.
연중 가장 어둠이 깊은 저녁,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
농가도 없는 곳에 멈춰 서며
이상한 생각이 드는지
뭐가 잘못 되기라도 했는지 물어보듯
내 작은 말이 흔드는 마구의 방울소리 말고
다른 소리는 실바람과 보송보송 눈송이의
스쳐 지나가는 소리 밖에 없다.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지만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그리고 잠자기 전 먼 길을 가야 한다,
그리고 잠자기 전 먼 길을 가야 한다. (2)
눈이 오면 생각나는 이 익숙한 프로스트의 시가 지니고 있는 음악적 아름다움이 한글로 번역되며 손실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20여년의 이국 생활 탓이라고 스스로 변명하지만 부족한 한글 표현력 탓에 졸역이 되어버려서 그런지도 모르지. 어쨌든 원문을 잔잔히 소리 내어 읽을 때, 비로소 이 시의 서정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외부적인 조건 가운데 잊거나 포기하기 쉬운 것을 기억해내고 스스로를 재촉하는 모습은 두 시인의 공통점인 듯하다. 어둑해져가는 시간, 호수와 숲 사이를 지나며 눈으로 하얗게 지워져가는 숲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안주하는 가운데, 문득 할 일을 생각해내며 다시 길을 재촉하는 시인. 시인의 약속이 어떤 약속이든 나도 그와의 약속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에 하고 잊혀진 약속. 기억하고 있어도 현실에 안주하며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는 약속. 그러나 여전히 변명이란 작은 악마가 자꾸 나를 끌어내려 앉힌다.
(1)
I search my heart --- I search, and find no faith.
Hidden he may be in its many folds ---
I see him not revealed in all the world
Duty's firm shape thins to a misty wraith.
No good seems likely. To and fro I am hurled.
I have to stay. Only obedience holds ---
I haste, I rise, I do the thing he saith.
- George MacDonald (1824-1905), Diary of an Old Soul.
(2)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 Robert Frost (1874-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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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February 5, 2009
Saturday, January 10, 2009
가지 않은 길 -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원본)노란 숲에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다노란 숲 두 갈래 길하나뿐인 몸 두 길 모두 갈 수 없어몸은 하나 길은 둘아쉬움에 한동안 그곳에 선 채로긴 시간 아쉬움에 머물며한쪽 길이 수풀 뒤로 돌아 사라지는 것을수풀 속 한쪽 길 꺽이는 곳볼 수 있는 만치 바라다보았다하염없이 머무는 내 눈길그리곤 그 옆길을 택했다그리곤 택한 다른 한 길(01-16-09 작업 중)
역시 좋아 보였고 풀로 덮여 있어
밟아 다져줄 가치가 더 있었기 때문인데
길을 다져준다고는 했지만
사실은 이미 지나간 발길로인해서두 갈래 길 모두 거의 비슷하게 다져져 있었다
비슷하게 다져진 두 갈래 길
그날 아침두 갈래 길 모두발길에 더럽히지 않은발길에 더럽히지 않은 낙엽으로 덮여 있었다
낙엽에 덮힌 두 갈래 길다른 한 길은하나는 다음에 가보기로 했지만(!)
길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알기에
그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없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어디에서인가
한숨 지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어떤 숲에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나는 . . .
나는 발길이 적은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로버트 프로스트 (1874-1963)
Translated by Gene
이 시는 흔히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라고 권장하고 찬양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렇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이 시가 씌인 배경을 보면 무슨 선택이든 스스로 내리는 선택 그 차제가 중요함을 노래하는 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스트는 친구인 시인 에드워드 토머스 Edward Thomas 를 보고 이 시를 썼다. 친구의 후회하는 습관을 슬쩍 비꼬는 시다. '토머스는 그 누구보다도 내게 주변적인 인물이었다.' 프로스트가 토머스에 대해한 말이다." (Karen McCosker)
자신의 주관적인 선택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내리는 선택을 따라가는 삶, 혹은 두 갈래 길에서 어느 길을 갈지 선택하지 못하는 삶, 혹은 두 길을 다 가려고 하는 나머지 어느 한 길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삶을 생각하게 한다.
*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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