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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rch 13, 2009

이루어지지 않은 소망

아츠바흐의 한 여인이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그들의 집에 불이 났을 때 여자가 엉뚱한 자식을 데리고 불을 피했다는 것이 살해 동기였다. 8살 난 아들을 구하지 않고 딸을 구했다는 것이었다. 사내는 아들의 장래에 대해서는 특별한 계획이 있었지만 딸은 싫어했다고 했다. 법정에서 아들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아들을 무정부주의자로 키워 독재자들을 모두 살해하고 국가를 전복시키도록 하려 했다고 한다.

- 토머스 베른하르트
trans. Gene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하는 중간에 음악을 들으며 기분 전환으로 책을 뒤적일 때 이런 짧은 글들이 안성맞춤이다. 이야기의 전후 상황을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Monday, January 26, 2009

리마에서 있었던 일

리마에서 한 사내가 경찰에 연행되었다. 아내를 찾기 위해 안데스 산에 오르겠다고 고집을 피우다 그리 되었다. 사내는 아내가 1년 전에 타우에른 산에 올랐으며 타펜카르 산 부근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크레바스 crevasse 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 두 산이 잘츠부르크 알프스 산맥에 있다는 것은 리마의 경찰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페루경찰이 그를 데려가 조사를 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사내가 입고 있던 바지는 다 해어져 있었고 셔츠는 오스트리아 카른텐 지방의 농군 옷이었다. 이래저래 수상하게 보인 사내는 리마 시내에서 연행되었다. 경찰은 사내가 페루에 온 목적이 정말 무엇인지 캐내고자 했다. 조사해보니 사내는 실제로 오스트리아 카른텐의 페를라흐에서 태어났으며 번창하는 총기 회사를 운영하던 부유한 오스트리아인이었다. 이 외에 신문에 더 자세하게 보도된 것은 없었다.

Thomas Bernhard, The Voice Imitator
Translated by Gene

베른하르트의 짧고 짧은 단편소설이다. 아내를 지구의 반대편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내의 희망은 얼핏 희극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내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실성을 한 것인지 모른다. 또 그렇지 않은지도 어쩌면 단순한 실성이 아닌지도 모른다. 포도주가 물에 포착된 빛이듯이, 슬픔에 포착된 기억이 빚어낸 희망의 신기루가 보이는지도... 신기루... 희망의 신기루인지도...

Wednesday, January 21, 2009

피사와 베니스

피사의 시장과 베니스의 시장이 관광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로 했다. 피사의 사탑과 베니스의 탑을 몰래 하룻밤 사이에 바꿔치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비밀스런 계획이 새어나가고 말았다. 그들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 그날 밤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 피사의 시장은 당연히 베니스의 정신병원에 감금되었고 베니스의 시장은 피사의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 이탈리아의 관계당국은 이 일을 철저히 비밀리에 처리했다.

Thomas Bernhard, The Voice Imitator
Translated by G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