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31, 2009

장인(匠人)이라고 하면 흔히 수세공의 달인을 생각한다. 그러나 Sennett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의사, 음악가, 직장인, 가정교육 등 모든 분야에 근본적으로 장인 정신이 암시/개재되어 있다고 한다. 훌륭한 기술 그 자체를 연마하고 개선하는 데에 모든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하면서, 명공 혹은 장인의 - 문맥에 따라 달리 쓸 수 있다 - 유래와 현재의 위치를 개관하고, 현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올바른 장인 정신이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그 사례를 든다.

이윤 창출 차체에 사활을 걺으로써 극심한 경쟁에 또 경쟁이 끊임없이 연동되고 있는 新경제체제 속에서 진정한 장인 정신이 질식하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직장인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집단적인 사회 문제로 심화될 수 있다고 한다. 기업들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장기적인 이익을 희생하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현대사회 특히 ‘사오정’이나 ‘명퇴’와 같은 역겨운 말이 일반화되어 있는 한국사회에 교정적인 화제를 던질 수도 있겠다.

NYU와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사회학 교수인 Sennett는 사회학자이기 이전에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아서인지 Stradivari의 바이올린, 명공의 작업장, 작업방식 등을 더듬어가며 손과 두뇌의 관계, 말이나 글로 전수될 수 없는 지식 등을 고찰해가며 다른 수많은 사례(Linux, Nokia, Wikipedia 등)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다. 인상적인 사례로 건축가들의 CAD 사용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건축가들이 CAD를 그 편리함 때문에 전폭 수용했지만 이제는 다시 손으로 그려 설계하는 건축가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이유인 즉은 손으로 일일이 그릴 때에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매우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기도 한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상은 실천된 것만이 자기의 것입니다. 단지 주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자기의 사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입니다. 말이나 글로써 주장하는 것이 그 사람의 사상이 되지 못하는 까닭은 자기의 사상이 아닌 것도 얼마든지 주장하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삶 속에 실천된 것만이 자기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상의 존재 형식은 담론이 아니라 실천인 것입니다. 그 담론의 구조가 아무리 논리적이라고 하더라도 인격으로서 육화된 것이 아니면 사상이라고 명명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책임이 따르는 실천의 형태가 사상의 현실적 존재 형태라고 하는 것이지요. 사상은 지붕 위에서 던지는 종이비행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상의 최고 형태는 감성의 형태로 ‘가슴’에 갈무리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성은 외계와의 관계에 있어서 일차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며 그런 점에서 사고 이전의 가장 정직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성적 대응은 사명감이나 정의감 같은 이성적 대응과는 달리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마음의 움직임입니다.” (신영복 교수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

신영복 교수는 “사상의 최고 형태는 감성의 형태로 ‘가슴’에 갈무리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한편, 라르슈(L'Arche) 설립자 장 바니에는 왜 장애인들을 섬기기로 결정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이렇게 반문한다. “당신은 당신의 아내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어떤 이유로 그리했습니까?”

그것이 진정 사랑이었다면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고 이전에 일어난 가장 정직한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마음의 움직임이었다는 얘기다.

나는 20년 전에 매킨토시 클래식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컴퓨터를 도구로 사용해야 하는 일을 해왔지만 가상공간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역할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기계의 속성으로 인하여 피할 수 없는 허위의식에 구축되는 세계가 바로 가상공간인 까닭에 회의적이다. 필요한 정보를 전에 없이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기계보다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에 어떠한 긍정적 기여를 하는지 별로 발견하지 못한다.

新보수주의, 新자유주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억압에 저항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되고 있으며, 정보공유의 마당으로서의 역할을 마땅히 수행해내고 있고 이 분야에 많은 잠세력이 있지만, 인성 고양이라는 측면에서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상정하는 내용의 질과 이에 대한 반응 방식에 진정성이 있다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싶다. 그리고 진정성이 있기만 하다면 극히 드물지만 가슴과 가슴이 만나는 통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Saturday, May 30, 2009


먼저 익숙하기도 하고 매력적인기도 하면서 달갑지 않은 막연한 오한 증상이 그 전조로서 다가온다. 그 다음 감상적인 느낌이 가시적 세상을 뒤덮고, 이 느낌을 통하여 그것의 색채와 윤곽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짙어지고 선명해진다. . . 리처드 휴즈의 "자메이카의 광풍 A High Wind in Jamaica" 은 - 환각과 열병적인 상태가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 어린 시절 병들었을 때의 육체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실로 이 책은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한 (또는 그랬기를 바라는) 어린 시절의 많은 기억을 생각나게 함과 동시에 우리 어른들이 많은 공을 들여 구축해놓은 도덕관념 체계를 교묘한 이지를 발휘하여 분해한다.

이 책은 서인도 제도의 폐허가 된 가옥들, 노예 숙소, “지진, 화재, 비, 그리고 더 지독한 초목”에 의하여 민주적으로 균등하게 된 (폐허가 된) 대저택을 배경으로 시작하면서, 도금 시계와 도살된 닭의 피가 묻은 깃털들 가운데 하인들에 의하여 아사餓死를 당하게 되는 연로한 두 파커 자매의 끔찍한 ‘카메오 출연’을 잠깐 다룬다.

정경은 소름끼치고 몽환적이지만 소설의 언어는 섬세하고 적확하다 - 話者에게는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머리 씀이 있다. 독자는 어조와 내용 사이의 부조화를 바로 인식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마음이 교란된다. 그러나 이것은 휴즈가 말하고자 하는 충격적인 이야기에 중추적인 것임이 드러난다.

“자메이카의 광풍”은 표면적으로는 해적들에게 잡힌 영국 어린이 다섯 명에 관한 모험 이야기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쾌활한 놀이에 잠복해 있는 것은 살인, 이유 없는 폭력, 고딕 풍의 성적 표출, 변덕스런 배반 등이며, 케이트 그린웨이의 그림보다는 “국외자”였던 예술가 헨리 다저의 그림이 더 생각나는 이야기다.

독자가 바스쏜튼 가족을 처음 만나는 곳은 그들이 살고 있는 자메이카다. 손튼 씨는 “모종의 일”에 관계하고 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들 나름대로의 할일이 있으며, 이 일이란 대부분 그 섬의 운 나쁜 토착 동물들이 처해지게 되는 연속적인 잔인함과 관련이 있다.

이 “영국 어린이들의 낙원”에서 장남인 존은 반 야생적 애완 고양이 태비의 미각적 즐거움과 오락을 위하여 쥐를 잡는데, 이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독사들과의 사투를 즐긴다. 세 딸 가운데 맏이인 에밀리의 아주 독특한 경험과 자의식이 이 소설의 중심에 있으며, 이 아이는 “집 도마뱀들을 잡되, 도마뱀들이 겁을 먹을 때 스스로 꼬리를 끊지 않도록 하며 잡는 일을 아주 재미있어 한다. 이 아이의 방에는 도마뱀들과 여러 애완동물들로 가득하며, 살아 있는 것들도 있지만 보나마나 죽어 있을 것 같은 것들도 있다.”

쏜튼 가의 아이들의 영역은 야생으로 돌아간 아이들이라고 할 만치 부모들의 영역과 동떨어져 있으며 다르다. 쏜튼 부부는 자식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또는 그들이 내면으로 실연하는 뜨겁고 고조된 흥분의 드라마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이와 같은 종류의 생활은 매우 평화스러웠으며 존과 같이 신경이 과민한 아이들에게는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신경과민과는 거리가 먼 에밀리 같은 아이에게는 정말이지 어떤 자극과 흥분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몽매에서 깨어나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 생활은 너무 단조롭다.”

태풍으로 - 이것보다는 천둥과 번개가 치는 와중에 살쾡이들에게 쫓겨 집으로 들어왔다가 결국 살아남지 못하는 태비의 사건이 아이들의 주의를 독차지한다 - 집의 지붕이 날아가고 나서야 쏜튼 부부는 섬 생활이 확실히 아이들에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자식들을 영국에 보내기 위하여 크로린다라는 배에 태운다.

소설이 이 시점에 이를 때쯤이면 우리는 이미 휴즈에 의하여 조건 반응에 처해지게 된다. 즉, 어떤 동물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보호적인 반사 운동조차도 클로린다의 선원들이 애완 원숭이의 암에 걸린 꼬리를 잘라내려고 하는 소름끼치는 장면에 대비한 마음의 준비를 해주지 못한다.

뒤따르는 혼란 상황의 와중에 배는 해적들에게 점령당하고 모두 사로잡히는 신세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일 이후 서커스 사자와 호랑이를 싸움 붙이려는 폭동적인 시도에 해적들이 흥겹게 몰두하는 동안 벌어지는 잔인함에도 마음을 무장시키주지 못한다.

소설 전편에 걸쳐 자연과 인간의 본성은 모두 악하고 위협적이다. 동물의 肉感은 - 에밀리가 수영을 할 때 "수백 마리의 새끼 물고기들이 에밀리의 몸 구석구석을 탐색적인 입질로, 즉 일종의 가벼운 키스 행위로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 - "혐오스럽다." 지는 태양은 - "야릇하게 무언가 위협적인 듯 현저하게 커다랗고 붉어" - 약탈적이고 변태적인 듯하다.

아이들 자신들은 본질적으로 "악마적인 이스트"가 번식하는 살아 있는 페트리 접시들이며, 우리는 실수를 잘하는 해적들을 처음에는 좋아하는데, 이것은 비열한 장면들에 의하여 삭감된다. 술에 취한 존슨 선장이 에밀리에 대하여 보이는 음산한 관심의 표현은 에밀리로 하여금 자기 방어로 그의 손가락을 깨물게 하며 또 선장은 나중에는 자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들여다보면서, 에밀리가 아직 깨어서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알고, 어린 로라의 위로 향하고 가리지 않은 엉덩이에 그의 손톱을 가볍게 튀긴다.

휴즈는 세상과 그 세상 거주자들에 대한 깜짝 놀랄 불편한 진리를 깊이 논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그가 “자메이카의 狂風”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수행하는 것 중의 하나는 어린아이에 대한 낭만적인 관념에 - 워즈워드적인 순진함밖에 모르는 아이들에 대한 관념에 - 사악이라는 관점을 부가한다. 그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도 더 자연에 가깝다고, 섹스에 대한 아이들의 관점이 - 신비스럽고, 매혹적이고, 불가해하고, 불쾌하고, 불가사의한 관계의 원인, 그리고 그보다 더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의 원인이 되는 - 섹스의 진짜 모습을 보는 관점이라는 것이다.

클로린다 호를 포획하는 데 일조한 야하고 "재잘대는" 드래그 퀸들의 직접적인 실제, 또는 애완용 악어와 함께 자게 되는 에밀리, 또는 해적들이 쿠바에 들를 때 뚱뚱하고 수염이 난 늙은 여자가 어린 에드워드를 잡고 숨이 막힐 정도로 퍼붓는 키스 등에 비해, 서로 동의하는 어른들의 정욕은 예의를 갖춘 인습이다. ("에드워드는 보아 구렁이에게 잡힌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불길한 여자는 마치 진짜 보아 구렁이인 것처럼 에드워드를 노려보아 꼼짝 못하게 했다. 에드워드는 무기력하게, 그리고 자의식을 느끼며 그녀의 팔에 안겨 낙담해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에밀리와 선장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나중에 해적들이 아이들을 내어놓은 증기선의 - 아이들은 이 배로 영국에 가게 된다 - 매혹적인 선객 루이사 도슨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혼동과 매혹, 공포와 위로는, 키스하는 새끼 물고기들과의 조우가 그랬던 것처럼, 매력과 반감이 교차하는 다형적인 영역에 속한다. 선장은 어린 사내아이가 할 법한 일종의 성적인 낙서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번은 그가 에밀리가 침상 옆 벽에 연필로 그려놓은 그림에 덧그림을 그린다:

존슨은 두 가지 그림밖에 그릴 줄 아는 것이 없었다. 배, 그리고 여자의 나체... 그는 펜들을 들었다. 그리고 이내 에밀리가 그린 서툴고 불확실한 선들 틈으로 둥그스름한 허벅지, 둥그스름한 배, 높이 부푼 가슴 등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모두 다소 루벤스적인 작풍이었다.

어른이 어린 소녀의 낙서를 개작하는 장면은 육감에 대한 어린아이의 왜곡된 시각을 상기시키는 당혹스럽고 감각적인 예각을 내포한다. 여기에 기묘한 순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은 더욱 더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른의 성적인 관심이 어린아이의 것처럼 건전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진다면 어른의 도덕심은 결코 더 성숙하다거나 혹은 더 발달되었다고 볼 수 없으리라. 거짓말하지 않고 유독한 비밀을 지니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이들은 특히 그렇다. ("어른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가지고 속임의 인생을 살며 이것은 대개 성공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경우는 다르다. 어린이는 가장 소름끼치는 비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감출 수 있으며 실제적으로 그 비밀을 탐지당할 위험이 없다.")

어떤 연령이든 사람들은 누구든 다 거의 정신병적으로 사적이고 개인적인 일련의 도덕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속옷을 언급한다거나 어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옳지 않지만, 기도를 할 때 하나님에게 거짓말을 한다거나, 중죄를 심의하는 법정에서 판사가 배심원을 오도하는 것은 용납되는 것이다 (또는 특기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다지 기억을 지니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은 부모들과의 이별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그들 가운데 있었던 죽음의 충격으로부터 놀랄 만큼 쉽고 융통성 있게 회복한다.

책이 끝나갈 때쯤, 아이들의 시련에 대하여 어른들이 그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는 (어른들 자신들은 진리에 거의 혹은 전혀 관심하다)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아이들의 의식과 뒤섞이거나 그것을 대체해버린다. 우리는 소설의 마지막을 차지하는 재판을 주재하는 법률가들을 만나게 될 때 이 정의와 고고한 문명의 대리자들이라는 사람들이 해적들에게 법복과 가발을 씌워놓은 것과 별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휴즈가 교묘하게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그들이 세상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는 정반대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사실에 관심을 갖는 쪽은 소설가이며, 소설가들의 일은 어떤 특정한 사람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무엇을 행했는지 말하는 것이다. 법률가들은 추정되는 상황 하에서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개연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보여주는 것 이상은 생각하지 않으며 또 그러리라는 기대를 받지 않는다."

간혹 이 소설에 비교되지만 이보다는 훨씬 더 단순한 윌리엄 골딩의 "파리의 대왕"과는 달리 리처드 휴즈의 소설은 어떤 도덕적이거나 사회적인 교훈, 통념적인 지혜나 불쾌한 진실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시도를 물리친다. 사실 이 책처럼 조금이라도 위안이나 위로 부스러기를 던져 주기를, 그리고 또 정직이나 선행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인물을 단 한 사람이라도 제시하기를 그렇게 유쾌하게 거부하는 소설을 생각하기 쉽지 않다.

결국 이 총명하고 비범한 소설에 담겨 있는 모든 것은 우리가 그래야 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혹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에 그만큼 그 반대여서 우리는 정신적인 혼란에 빠진다 - 사물의 본모습과 사물이 어떠해야 하리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 효과는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아름다우며, 몽환적이지만 동시에 섬뜩할 정도로 실재 그대로이기도 하다. 역사가 순진과 악함을 논하는 말 자체를 영원히 바꾸어버린 사건들을 준비하고 있던 1929년에 출판된 "자메이카의 광풍"은 위험과 피, 즉 (말하자면 풍문에) 미래의 위험과 피의 경고의 냄새를 맡은 선견지명이 있는 예술 작품의 하나이다.

- Francine Prose
Trans. Gene

Friday, May 29, 2009




도움이 되려는 의도와는 달리 나는 나도 모르게 자꾸 다른 사람들을 콘트롤하려고 한다. 즉, 조언을 해줄 때는 조언한 대로 지켜지는지 알고 싶어한다. 도움을 줄 때는 감사를 받고 싶어한다. 돈을 내놓을 때는 그 돈이 내 방식대로 쓰이기를 원한다. 뭔가 좋은 일을 하면 이 일로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동상이 세워지기는 커녕 기념패도 받지 못하겠지만, 잊혀지지 않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속에서 계속 존재하기를 바라며 마음이 쓰인다.
(…)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줄 수 있을까? 조건 없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의 인정과 애정을 받고자 하는 나의 끝없는 욕구를 생각하면, 이것은 내가 평생 씨름해야 할 일임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이와 함께 내가 확신하는 것은, 그러한 욕구를 이겨내고, 대가를 바라는 마음에 구애받지 않고 행하는 매 순간마다, 진정 내 삶은 [진정한 영정인]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Henri Nouwen, 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New York: Doubleday, 1992), pp. 127-128.
Trans. Gene

Thursday, May 28, 2009




꽃집에서 거리의 훈훈한 바람을 타고 온 꽃향기
꿈속에 본 그녀의 형상이 되어 내 시야를 막았어요
함께 타고 온 지중해의 테라코타 빛 선율은
나를 터키석 옥색 바다를 실어 날랐고
나는 그윽한 그리움의 조류에 떠 어디론가 한 없이 흘러갔어요


Wednesday, May 27, 2009

어린아이가 나중에 계시처럼
그리 많은 일을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윤이 나는 가구에 반사된
불꽃 정도의 기억일지 몰라요

그리고 성인이 되었을 때 하루가
다른 날들처럼 상처를 준다면
어떤 위험을 약속으로
잘못 보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는 넘쳐흐르는 가슴으로
복잡해져 부재를 향해
그를 끌어당긴 음악도
빼놓고 얘기 안 할 수 없지요

- Rainer Maria Rilke, Fire's Reflection
Trans. Gene

Tuesday, May 26, 2009


한때 나는 꽃의 언어를 말했다
한때 나는 풀쐐기가 말한 모든 말을 이해했다
한때 나는 찌르레기의 잡담을 들으며 몰래 웃었으며
침대에 누워 집파리와 대화를 했다
한때 나는 귀뚜라미의 질문을 모두 듣고 대답했으며
떨어지며 죽어가는 눈송이와 함께 울었다
한때 나는 꽂의 언어를 말했다
어떻게 했더라?
어떻게 했더라?


- Shel Silverstein, Forgotten Language
Trans. Gene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고 싶다
나는 그 대가를 계산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알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고 싶다

- Bertolt Brecht, I Want To Go With The One I Love
Trans.
Gene

Monday, May 25, 2009




때가 되었으니
곧 날이 저물고
당신은 어느 머나 먼 해변
내 말이 들릴 거에요

여름 해가 길 듯이
포도주처럼 짙은 바다의 깊음같이
나는 당신이 올 때까지 당신의 가슴을
내 가슴속에 간직할 거에요

나는 그곳에서 새처럼 높이
창공을 날아 갈 거에요
태양의 찬란한 빛을 향해 날아
그곳에서 당신을 찾을 거에요

그리고 우리의 꿈이 잔잔해지는 밤에
바람이 자유로이 부는 밤에
나는 당신이 올 때까지 당신의 가슴을
내 가슴속에 간직할 거에요

- Loreena McKennitt, Penelope's Song
Trans. Gene




여름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 들판으로 나가자
추수 때가 다가옴이며 태양의 시선이
곡물을 여물게 하고 있음이라
땅의 열매를 돌보자
우리 가슴속 깊이 뿌려진 사랑의 씨앗에서
잉태된 기쁨의 곡물에 영혼이 자양분을 주듯
땅의 과일을 돌보자
삶이 자신의 다함없는 풍요로 우리 가슴의
영역을 풍족하게 채우듯
자연의 산물로 우리의 저장고를 가득 채우자
꽃 더미를 침대 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부드러운 건초 베개에 우리의 머리를 나란히 뉘이자
하루의 수고 후에 쉼을 얻고
시냇물의 그침 없는 두런거림에 귀를 기울이자

- Khalil Gibran, The Life of Love XVI
Trans. Gene





자,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 동산에 거닐자
눈은 물이 되었고 생명은 긴 잠에서 깨어
숨쉬며 언덕과 계곡을 거닐고 있음이니
봄의 발자국을 따라 먼 들판으로 가자
언덕 정상에 올라 높은 곳에서
청록색 평야를 굽어보며 영감을 얻자

봄의 새벽은 겨우내 보관한 의복을 펼쳐
복숭아나무 밀감나무에 걸쳐 놓으니
케드레의 밤 전통의식의 신부처럼 보임이라

자, 사랑하는 사람아, 열린 백합꽃에서 겨울의
마지막 눈물을 받아 마시고 새들이 쏟아 붓는
선율의 소나기로 우리의 영혼을 달래자 그리고
도취적인 미풍을 헤치며 황홀함 가운데 거닐자

제비꽃들이 숨어 있는 곳, 저 바위 옆에 앉아
꽃들이 주고받는 달콤한 키스를 추구하자

- Khalil Gibran, The Life of Love XVI
Trans. Gene

Sunday, May 24, 2009




나는 연인의 눈 영혼의
포도주 가슴의 자양분
나는 장미꽃 내 가슴은
새벽에 열리며 처녀가
내게 키스하고 나를
자신의 가슴에 얹지요

나는 진정한 행운의 집
즐거움의 원천 평화와
평온의 시작 나는 아름다운
입술에 퍼지는 잔잔한 미소
젊음이 나를 따라잡으면 그
수고를 잊고 전 인생은
달콤한 꿈들의 현실이 되지요

나는 시인의 희열
예술가의 계시
음악가의 영감

나는 자비로운 엄마의 사랑을 받는
어린아이 가슴속 성전

나는 가슴의 부르짖음에는 모습을 나타내지만
요구에는 몸을 피하고 나의 충만함은
가슴의 욕구를 찾아가며 입으로 구하는
공허한 요구는 피해가지요

나는 이브를 통해 아담에게 모습을 나타냈고
추방은 그의 운명이었어요
그래도 나는 솔로몬에게 내 자신을 드러냈으며
그는 내가 있음에서 지혜를 끌어내었지요

나는 헬레나에게 미소했고 그녀는 타와다를 멸망시켰죠
하지만 나는 클레오파트라에게 왕관을 씌워주었으며
평화는 나일강 계곡을 지배했어요

나는 오늘은 세우고 내일은 허무는
시대와 같아요
나는 신과 같아서 창조하고 파괴하지요
나는 제비꽃의 한숨보다 더 달콤하고
노도와 같은 폭풍보다 더 난폭해요

선물만으로는 나를 유혹할 수 없어요
나는 이별한다고 낙담하지 않아요
가난은 나를 쫓지 않아요
질투는 내가 의식함을 입증하지 못해요
광기는 내가 있음의 증거가 되지 못해요

오, 구도자들이여. 나는 진리에요, 애원하는 진리에요
나를 추구하고 받아들이고 보호하는 그대들의 진리가
나의 행동을 결정짓게 될 것이에요

Khalil Gibran, Song of Love xxiv
Trans. Gene

나는 사자의 뱃속에서
이 시를 쓰고 있어요
이 안은 그래서 좀 어두운데
내 글씨가 삐뚤 해도 양해해주세요
나는 유감스럽게도 오늘 오후
사자 우리에 너무 가까이 갔어요
그리고 이 시를
사자의 뱃속에서 쓰고 있는데
이 안은 좀 어두워요

- Shel Silverstein, It's Dark in Here.
Trans. Gene

당신은 인생이라는
심포니의 음악

당신은 이른 아침
평온한 고독과 고요의
음악 당신은 내 가슴속
노래

당신은 해안의 음악
파도의 울림
바다의 힘
공기의 소금

당신은 군중 가운데 음악
도심 소리의 코러스임은
나의 노래
나의 음악이기 때문

당신은 새 날을 시작하며 드는
내 생각의 음악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으며 보는 마지막 이미지

당신은 잠이라 불리는
비밀스런 장소의 음악
인생의 수많은 노래 가운데
어둠의 빛깔과 솜털 구름을 헤치며
내가 찾는 것은 바로 당신

내가 당신을 생각할 때 음악은
끊임이 없고 영원해요 내 인생
매순간 빠짐없이 그리고
최후의 수면이 찾아올 때 그때
음악이 있다면 나는 당신을 생각할 거예요

- Joe Fazio, You Are My Music
Trans. Gene

Saturday, May 23, 2009




오늘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다

즉 이런 것이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하고
파란 별들은 멀리에서 떨고 있다.”

밤바람이 하늘에서 돌며 노래 부른다

오늘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때론 나를 사랑했다

오늘밤 같은 밤이면 나는 그녀를 품에 안고
광대한 하늘 아래 수없이 키스를 했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이따금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의 커다랗고 잔잔한 눈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오늘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다
그녀가 내게 없다고 생각하면! 그녀를 잃었다는 느낌이란!

광대한 밤, 그녀가 없어 더욱 광대한 밤의 소리를 듣는 것이란!
이슬이 풀잎에 듣듯 시가 영혼에 떨어진다

나의 사랑으로 그녀를 붙잡아둘 수 없다면 어떠한가?
밤하늘에 별이 가득하고 그녀는 내 곁에 없다

그게 전부다. 멀리 저 멀리 누군가 노래한다. 멀리 저 멀리
내 가슴이 그녀를 찾고 그녀는 내 곁에 없다

같은 나무를 희게 하는 같은 밤
우리, 그전의 우리는 더 이상 같은 우리가 아니다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나 사랑했던가
내 목소리가 바람에 스며들어 그녀의 귀에 닿았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귀에. 그녀는 한때 내 키스에 속했듯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속할 것이다
그녀의 음성, 그녀의 경쾌한 몸, 그녀의 무한한 눈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맞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사랑은 너무 짧고 망각은 너무 길다

오늘밤과 같은 밤이면 나는 그녀를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없자 내 영혼은 길을 잃었다

이것이 그녀가 내게 주는 마지막 아픔인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녀를 위해 쓰는 마지막 시일지 모른다

- Pablo Neruda, The Saddest Poem
Trans. Gene

그건 오래 전 일
나는 내 꿈을 거의 잊었다
하지만 그때는 꿈이
거기 내 앞에 있었다
태양처럼 빛났던
나의 꿈
그런데 나와 꿈 사이에
벽이 세워졌다
벽은 천천히
천천히 세워지기 시작했고
하늘까지 닿았다

그늘
나는 흑인이다
나는 그늘에 앉았다
내 앞이나 머리 위에나
내 꿈의 빛은 더 이상 없다
두꺼운 벽이 있을 뿐
그늘이 있을 뿐
내 손아
내 검은 손아
벽을 깨고
내 꿈을 찾아주렴
이 어둠을 부수고
이 밤을 박살내고
그늘을 찢어
만 갈래 햇빛으로
태양의 현기증 나는
만 갈래 꿈이 비치도록!

- Langston Hughes, As I Grew Older
Trans. Gene




꿈꾸는 이여,
그대의 꿈을 모두 내게 가져오세요
그대 가슴의 멜로디를
모두 내게 가져오세요
나는 그것들을
파랑색 구름 보자기에 잘 싸서
거칠고 거친 세상의 손가락이
미치지 못하는 곳 멀리에 두려고 해요

- Langston Hughes, The Dream Keeper
Trans. Gene

겁을 먹었고 두들겨 맞았어요
바람은 내 희망을 흩뜨렸고
눈은 나를 얼렸고
태양은 나를 구웠어요

그들은 작당을 하고
내가 웃지 못하게, 사랑하지 못하게
살지 못하게 하려 했나 봐요
하지만 괜찮아요!
나는 아직 지금 이렇게 존재해요!

- Langston Hughes, Still Here
Trans. Gene
사랑은
보라색 나무에 맺히는
익은 자두
한번 맛보면
그 황홀함의 마력이
당신을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거에요

사랑은
남국의 하늘에 빛나는
밝은 별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면
그 강렬한 빛은 반드시
당신의 눈을 상하게 할 거에요

사랑은
바람 많은 하늘에
우뚝 솟은 높은 산
숨차고 싶지 않으면
너무 높이 오르지 마세요

- Langston Hughes, Love Song for Lucinda
Trans. Gene
희망이 유예되면 어떻게 되지요?
햇볕에 내어놓은
건포도처럼 말라버리나요?
아니면 종기처럼 곪아
터져버리나요?
썩은 고기처럼 악취가 나나요?
아니면 시럽처럼
굳어져 각질이 되나요?
어쩌면 무거운 짐처럼
축 처질지 몰라요.
아니면 폭발할까요?

- Langston Hughes, Dream Deferred
Trans. Gene

Friday, May 22, 2009




고독은 선을 위한 힘이 될 수 있지만 긍정적이지 않은 모습을 띌 때가 더 많다. 그것은 무감동과 우울증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죽고 싶은 욕구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내면의 고통과 공허감을 잊으려는 나머지 현실 도피나 중독에 내몰리기도 한다. 고독은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나 지체가 부자유한 사람들에게서 무감동의 형태로 나타난다.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에서 고독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절망에서 잉태된 “남은 게 무엇이지?”라는 의문을 품는다.

- Jean Vanier, Becoming Human (Paulist Press, 1998), p. 8.
Trans. Gene
몸이 건강한 사람, 왕성하게 일하는 사람, 성공적인 사람에게 고독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고독은 인성에 본질적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독은 가려질 뿐, 사실은 없어지지 않는다. 고독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요소다.

고독은 창조적 에너지, 즉 새 것을 창조하거나 더욱 깊은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길로 우리를 내모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예술가, 시인, 신비주의자, 선지자, 세상이나 사회 관습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고독하기 쉽다. 그들은 자신들이 다르다고 느낀다. 현재의 상태와 평범함에 만족하지 못한다. 많은 에너지가 덧없고 부질없는 것들에 퍼부어지는 경쟁 사회에 불만을 느낀다. 불의에 맞서 일어나고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들은 흔히 고독한 사람들이다. 마치 어떤 불길이 그들의 내면에 타오르고 있는 듯하다. 이 불길의 연료는 고독이다.

- Jean Vanier, Becoming Human (Paulist Press, 1998), pp. 7-8.
Trans. Gene

Thursday, May 21, 2009




미풍이 수면을 스치고
물은 다리에 걸친 빛을 반사하고
빛은 당신의 눈에 반짝여요

무언가 새로운 것에 대한 상쾌하고 대담한 느낌
사랑이 곁에 있어 겨울은 녹아 흐르는 봄이 되고
여름은 형태를 이루고 무르익어요

꽃피는 나무의 꽃잎은 여름에 내리는 눈처럼
키스하는 우리 주변에 떠돌고 있어요
한 번, 두 번, 그리고 영원히

당신은 그저 나의 빛이 아니에요

당신은 나의 태양이에요

Sara McDermott
Trans. Gene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녀(ㅎ/ㅈ)를 위해 무엇을 해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훨씬 더 심오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그/녀의 가치와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를 이해하는 것, 그/녀의 부르짖음과 몸짓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녀가 있음을,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냄을, 그/녀와 소통함을 기뻐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과 가슴이 만나 가슴과 가슴이 서로 주고받는 관계의 삶을 사는 것이다.

- Jean Vanier, Seeing Beyond Depression (Paulist Press, 2001), p. 19.
Trans. Gene

Wednesday, May 20, 2009


나는 오랜 세월 내 인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어요
버스정류장에서 서서
멀리 커브 길을 응시하며
지나가는 버스가 모두
내가 탈 버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 인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어요
책을 펴고 책에 파묻혀
여행 가방 없이 페이지에서
페이지로 이동하며
책장이 넘어가며 부스럭 소리
책장 바람만이 있는 책에 파묻혀
수없는 인생들이 색색의 난폭한 태양에
나타났다 지는 책에 파묻혀
내 인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어요

내 인생은 때론 기침을 하곤 했어요
고장으로 멈춘 엔진이 다시 시동 걸리려 하듯 했지요
내가 원했던 건 언제나 다른 사람이었지만
누군가를 팔에 안곤 했어요
혹은 아무 버스나 올라타고는
어딜 가는지 아는 사람들의 허벅지와 팔꿈치에
떠밀렸어요. 그리고 훗날 내 인생을
찾으러 갈 공책에 언어의 단편들을
새의 노래처럼 적어 넣었어요

Linda Pastan, Waiting for My Life
Trans. Gene

Tuesday, May 19, 2009




. . .

새벽을,
나는 동이 트기를 기다려야 한다
새로운 인생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포기해서는 안된다
새벽이 오면
오늘밤도 기억으로 남을 것이며
새로운 날이 시작될 것이다
. . .

당신이 나를 만질 때
행복이 무엇인지 이해할 거에요


Daylight,
I must wait for the sunrise,
I must think of a new life.
And I musn't give in
When the dawn comes.
Tonight will be a memory too
And a new day will begin.

. . .

If you touch me
You'll understand what happiness is.
나는 꿈과 함께 지쳤다
흐르는 물결
풍파에 상한 소라고둥
나는 그림책에서
미인을 발견한 것처럼
눈에 담음을 기뻐하며
분별 있는 귀에 담음을 기뻐하며
슬기로워짐을 기뻐하며
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사람은 해를 거듭하며 개선함이라
하지만, 하지만
이것은 꿈인가 진실인가?
오, 내 젊음이 불타올랐을 때
우리가 만났다면!
하지만 나는 꿈 가운데 나이 들어간다
흐르는 물결
풍파에 상한 소라고둥

- W. B. Yeats, Men Improve with the Years
Trans. Gene

Monday, May 18, 2009

Sunday, May 17, 2009

I

끊임없는 헤엄
허리에는 휘감는 해조류
뺨에는 볼록한 눈물이 흐르는
멋진 나날

멀리 멀리 해변에
소리치는 어린아이들
주둥이에 금빛 고리
돌리는 강아지들
폐기된 기억의 소문들

나는 무엇이 날 기다리는지 안다 -
그것은 불만의 겨울
나는 서리가 낀 감자 칩 한 봉지를 들고 앉아 있을
딱딱한 벤치에
한 자리를 예약해 두었다

그래서 나는 멀리 헤엄쳐 나왔다
바다의 광대한 초록색 돋보기 안에
기꺼이 포로가 되기 위하여

II

나의 내면이 모두 허물어졌어도
나는 아직 완벽한 날을 알아볼 수 있다 -
그림자 없는 바다
주름살 없는 하늘
축복처럼 내 주변에 감도는 공기

이 날은 어떻게
침략자의 칙령을 피했을까?
나는 이 날을 즐길 자격이 없다
내게 행복은 금지되어 있다

술에 취하여 약간의 해방감을 가지고
우리는 서로에게 부딪치며
금지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예리하게 미신적인 크기로
소란스럽게 웃는다

이 완벽함
이 흠 없는 공기
공포에 오염되지 않은 이 물
이것은 함정이 아닐까?

맛볼 수 있을 때까지 그것을 맛보자
빨리, 빨리, 빨리

- Nina Cassian, Summer X-Rays
Trans. Gene
인간은 세 가지 힘에 의해 형성된다. 유전, 환경, 미지의 作因 X. 이 가운데 환경은 가장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미지의 作因 X는 단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

- Vladimir Nabokov, Lectures on Literature
Trans. Gene



성서의 영적 대가들은 진리를 드러내고 가슴을 일깨우기 위해 이야기를 한다. 유대교의 하시디즘이나 수피교의 선생들은 이야기를 한다. 힌두교의 경전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야기는 새로운 사랑의 에너지를 일깨우며, 단순하고 친밀한 말로 위대한 진리를 말해주고 우리로 하여금 빛을 갈망하게 한다. 이야기는 이상한 끄는 힘이 있다. 이야기는 가슴을 움직인다. 이론이나 사상을 들으면 머리로 그것을 흡수할지는 몰라도 가슴은 건드려지지 않고 제자리에 그대로 머문다.

- Jean Vanier, Becoming Human (Paulist Press, 1998), p.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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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y 15, 2009

Thursday, May 14, 2009




성토마스는 예술을 “창조하는 이성”이라고 했다. 이것은 매우 차가우면서도 훌륭한 정의다. 예술에 대한 이 정의가 오늘날 인기가 없다면 이성이 사람들 가운데 입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상상력과 이성이 분리되었으며 이것은 언제나 예술의 종말을 의미한다. 예술가는 관찰하는 모든 것에서 대답하는 이성을 발견하기 위해 자신의 이성을 사용한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이성에 합당하다는 것은 대상, 상황, 연쇄에서 그것이 있게끔 해주는 정신 혹은 정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은 쉽거나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영원한 것에 침입하는 것이며, 이는 진리를 향한 외골수적인 경의의 맹렬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 Flannery O'Connor, Mystery and Manners (Straus and Giroux, 1970), pp. 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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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May 13, 2009



현대의 소설가들은 희망을 품고 있지 않고 그들이 그리는 세상의 모습은 봐주기 힘든 그림이라며 사람들은 투덜댄다. 이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은,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소설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 과정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이빨이 썩기도 하는 끔찍한 경험이다. 소설을 쓰는 것은 현실로부터의 도피라는 종류의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언제나 몹시 화가 난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현실 속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전신에 큰 충격이 가해진다. 소설가는 금전에 대한 희망 아니면 구원의 희망으로 부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시련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 Flannery O'Connor, Mystery and Manners (Straus and Giroux, 1970), pp. 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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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y 12, 2009

인생에 대한 흥미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있지 않지 않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있지도 않다. 주로 그것은 적대적이고 불가해하지만 설득시킬 수 있는 제3자 - 즉 흔히 인생이라고 불리는 제3자 - 와 소통하는 능력에 있다.

- Virginia Woolf, The Common R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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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진리가 일련의 고정된 확신이 아니라 한 번에 한 걸음씩 들어가는 신비임을 발견하는 데 있다. 그것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어떤 실재에 점점 더 깊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 Jean Vanier, Becoming Human (Paulist Press, 1998), p.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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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y 11, 2009


“레드 씨,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이미 출소한 거겠죠.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아마 좀더 멀리 올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마을 이름을 기억하시겠죠? 내 계획을 이루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재간이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을 기다리며 체스 판을 준비해두죠. 레드 씨, 기억하세요. 희망이란 좋은 것이며 -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건 희망이에요 - 좋은 것은 죽어 없어지는 법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편지가 당신의 손에 들어가기를, 그리고 그랬을 때 건강하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친구, 앤디.”

말 좀 해보세요 -
장미는 벌거벗었나요,
아니면 그게 그녀의 유일한 옷인가요?

왜 나무들은 자신들의 장려한
뿌리를 숨기는 거죠?

도둑질하는 자동차의
후회가 들리는 사람이 있나요?

빗속에 서 있는 기차보다
더 슬픈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 Pablo Neruda, The Book of Questions, III.
Trans. Gene

Saturday, May 9, 2009




인간의 시끄러운 하루가 잠잠해지는 시간,
하루 노고의 수확인 수면이
조용한 도시의 거리에 깔리는 시간,
이 조용한 밤 시간이 괴로운 불면 속에 느릿할 때
내 가슴속 뱀의 상처가 더욱 강하게 나를 엄습한다.
상상과 꿈이 들끓고 갈망에 마비된 나의 마음에
괴로운 상념들이 행진해 들어온다.
잠 못 이루는 나의 눈앞에 기억이
소리 없는 손놀림으로 긴 두루마리를 펼쳐 보인다.
혐오 가운데 지난날들이 되풀이되며
나는 떨며 내가 태어난 날을 저주하고
비통한 울음을 터뜨리고 뜨거운 눈물을 쏟지만
두루마리에 쓰인 일그러진 글씨들은 지우지 못한다.

- Aleksandr Sergeevich Pushkin, Remembrance
Trans.
Gene

Friday, May 8, 2009





빛이 찬란한 어느 날 바람이
재스민 향으로 내 영혼을 불렀다.

“재스민 향에 대한 보답으로
당신의 장미 향을 갖고 싶어요.”

“내겐 장미가 없어요. 정원의
모든 꽂들이 죽었어요.”

“그렇다면 시든 꽃잎과
노란 꽃잎과 샘물을 가져갈게요.”

바람이 떠났다. 그리고 나는 눈물지었다.
그리고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다.
“너 네게 맡겨진 정원을 어떻게 한 거니?”

- Antonio Machado, The Wind, One Brilliant Day
Trans. Gene
내가 원한 것
과거의 증발이었고 내가 원한 건
이민 가듯 과거를 떠나는 거였어요. 내가 원한 건
나의 삶이 닫히고 돌쩌귀처럼, 날개처럼, 노래처럼
열려 바위산을 넘어 내려가는 거였어요
그것은 파열과 발견이에요. 내가 원한 건
내 필생의 일에 서둘러 잠기는 거였어요. 내가 원한 건
내가 누구인지 아는 거였으며 얼마 동안만이라도 내가

살고 있음을 아는 거였어요
. . .

나는 또한 사랑할 수 있기를
원했어요. 그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어요
그런가요?

. . .

당신은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듣고자 하지 않아요. 어쨌든
나도 그걸 말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건

태양의 거대한 폭포에 귀를 기울이는 거예요

어쨌든 그건 흔해빠진 얘기에요 -
어떻게 하든 그저 생존하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무엇보다 나는 친절하기 원해요
그런데 물론 단순한 이유를 들어 아무도
친절하지 않고 또 비열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아무도 그 이유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이 세상에서 머물려면
불을 헤치고 헤엄쳐야 하기 때문이에요


- Mary Oliver, Dogfish
Trans. Gene

Thursday, May 7, 2009



사랑은 가슴으로 측정되는 시간과 공간이다.

진정한 발견의 여행은 새로운 경치를 찾는 데 있지 않고 새로운 눈을 갖추는 데 있다.

미인들은 상상력이 없는 남자들에게나 맡겨 두시오.

- 마르셀 프루스트
Trans. Gene

Wednesday, May 6, 2009

[. . .] 정신적인 고통은 사실 끝이 없다. 한계선에 도달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 너머에는 더 많은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심연에서 심연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 . .] 나의 전 생애는 비할 데 없는 고통의 한 순간으로 응축되었다. 숨을 들이쉬었지만 모든 것이 캄캄해졌다.

- W. G. Sebald, The Emigrants (NDB, 1997), pp. 170-171.
Trans. Gene
잔잔하게 빛나는 그녀의 모습,

처음에 그것은 환각적인 기쁨이었고

잠시 순간을 장식하도록 보내진

아름다운 환영이었네

그녀의 눈은 새벽별처럼 예뻤고

머리카락도 새벽녘처럼 거무스름했네

그녀는 어디를 보아도 아름다운

오월이었으며 상쾌한 새벽이었네

춤추는 형상, 명랑한 모습이

내 마음을 떠나지 않고

깜짝 놀라게 하며 불현듯 나타난다네


- William Wordsworth, Perfect Woman
Trans. Gene

Tuesday, May 5, 2009

[...] 플로베르가 글을 쓸 때마다 그를 따라붙으며 괴롭혔던 양심의 가책. . . 부정확한 표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는 아주 쓰라린 절충과 타협을 하지 않고서는 한 자도 더 쓸 수 없으리라는 공포 속에 한 번에 몇 주고 몇 달이고 계속 침상에 틀어박혀 있곤 했다 [. . .] 플로베르의 양심의 가책의 근원은 어디를 가든 끊임없이 눈에 띄는 어리석음의 만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는 그 어리석음이 자신의 머릿속까지 침입했다고 믿었다. 마치 모래 속에 파묻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모래가 플로베르의 작품에서 그렇게 중요한 의의를 차지하는지 모른다. . . 모래가 모든 것을 정복했다. 낮이고 밤이고 플로베르의 꿈은 방대한 먼지 구름에 휩쓸렸다. 이 먼지는 아프리카 대륙의 건조한 평원에서 일어났고 지중해와 이베리아 반도를 지나 북으로 이동하여 마치 화재 후에 쌓이는 재처럼 루앙의 교외나 노르망디의 시골 마을에 내려앉아 구석구석 틈새를 찾아 들어갔다. 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의 겨울 외투의 가장자리에 앉은 모래 한 알에서 사하라 사막 전체를 보았다. 플로베르에게 있어서 먼지 한 점은 무게에 있어서 아틀라스 산맥과 동등했다.

- W. G. Sebald, The Rings of Saturn (NDP, 1999), pp. 7-8.
Trans. Gene




1992년 8월 삼복 무더위가 끝나갈 무렵 나는 서포크 주를 걸어 돌아보기 시작했다. 긴 기간의 작업을 끝낼 때마다 나를 사로잡는 공허함을 쫒아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이 바람은 어느 정도는 실현되었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길게 펼쳐지는 인적이 드문 시골을 하루에 몇 시간씩 걸으며 그렇게도 아무런 걱정근심이 없었던 적이 그때 이후로는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면, 특별히 시리우스 별자리가 어떤 정신이나 신체의 가벼운 만성적인 병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오랜 미신에 무언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때 나는 익숙지 않은 해방감뿐만 아니라 마비적인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공포감이 나를 엄습한 것은 먼 과거로부터 유래하며 그 외딴곳에도 분명히 남아 있던 파괴의 흔적을 대할 때였다. 어쩌면 바로 이 때문에 내가 그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정확히 1년 후에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不動 상태가 되어 노리지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내가 마음속에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내가 그 전 해의 여름에 걸었던 서포크 주의 하늘이 내가 8층에 있는 그 방에 입실했을 때 이제 단일하고 막다른 비정의 지점으로 줄어들었다는 느낌에 얼마나 압도되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실로 내가 내 침대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라고는 그 창문 틀 안의 구름 한 점 없는 한 조각 하늘뿐이었다.

- W. G. Sebald, The Rings of Saturn (NDP, 1999), pp. 3-4.
Trans. Gene

Monday, May 4, 2009




그대여, 내 죽으면
슬픈 노랠랑 부르지 마오
내 머리맡에 장미도 심지 말고
그늘 드리우는 나무도 심지 마오
소나기와 이슬로 젖은
푸른 잔디가 되어 나를 덮어주오
그대가 기억하기를 원하면 기억하고
잊기를 원하면 잊으오

나는 그늘을 보지 않으리
비를 느끼지 않으리
고통 받는 양 그치지 않는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으리
지거나 걷히지 않는 어스름 내내
꿈을 꾸며
어쩌면 기억할지 모르지
어쩌면 잊을지 모르지

- Christina Rossetti, When I Am Dead, My Dearest
Trans. Gene



Sunday, May 3, 2009

하나님이 까마귀에게 말을 가르치려고 했다
‘사랑.’ 하나님이 말했다. ‘사랑, 이라고 말해보아라.’
까마귀가 입을 크게 벌리자 흰 상어가 바닷속으로 첨벙 떨어져
옆질하며 자신의 깊이를 찾아 내려갔다

‘아니, 아니.’ 하나님이 말했다. ‘사랑, 이라고 말해보아라. 다시 해보아라. 사랑.’
까마귀가 입을 크게 벌리자 청파리, 체체파리, 모기가
붕하고 나오더니 각각 잡다한
고기를 찾아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자.’ 하나님이 말했다. ‘자, 사랑, 이라고 해보아라.’
까마귀가 경련하며 입을 벌리고 구역질을 하니
남자가 몸뚱이는 없이 머리만
땅위로 불쑥 나오더니 눈을 굴리며
항의의 말을 재잘거렸다 -

하나님이 미처 막기 전에 까마귀가 다시 구역질을 했다
그러자 여자의 음문이 덮치더니 남자의 목을 조였다
둘이 잔디에서 버둥거렸다
하나님이 둘을 떼어놓으려 버둥거렸고, 욕을 하고 눈물 흘렸다 -

까마귀는 죄책감을 느끼며 어디론가 날아갔다

- Ted Hughes, Crow's First Lesson (1970)
Trans. Gene

Friday, May 1, 2009



작은 우화

“아아, 세상이 매일 점점 작아지는구나.” 쥐가 말했다. “처음에는 세상이 너무 큰 탓에 나는 두려웠으며 계속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멀리에 좌우로 벽이 보이자 나는 기뻤다. 한데 이 긴 벽들은 급속히 좁아졌고 나는 벌써 제일 끝 방에 와 있다. 그런데 저 구석에 내가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덫이 있다.”

“방향을 바꾸기만 하면 되는 걸 가지고.” 고양이가 이렇게 말하고 쥐를 잡아먹었다.

- Franz Kafka, The Complete Stories (Schocken Books, 1971), p. 445.
Trans. Gene
불타는 듯한 보석의 피 속 깊이
수수께끼 같은 표시가 새겨져 있다
심장과 닮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니
봉오리처럼 그 낯선 사람의 형상이 담겨 있다

빛이 보석 면에 부딪쳐 1천 가닥의 광선으로 나뉘고
심장 같은 보석 주변에 물밀 듯 감도는데
보석 안의 광채는 잠들어 있다
이 돌에도 가슴 중 가슴이 있을까?

- Novalis, Henry von Ofterdingen
Trans. G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