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y 5, 2009
1992년 8월 삼복 무더위가 끝나갈 무렵 나는 서포크 주를 걸어 돌아보기 시작했다. 긴 기간의 작업을 끝낼 때마다 나를 사로잡는 공허함을 쫒아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이 바람은 어느 정도는 실현되었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길게 펼쳐지는 인적이 드문 시골을 하루에 몇 시간씩 걸으며 그렇게도 아무런 걱정근심이 없었던 적이 그때 이후로는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면, 특별히 시리우스 별자리가 어떤 정신이나 신체의 가벼운 만성적인 병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오랜 미신에 무언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때 나는 익숙지 않은 해방감뿐만 아니라 마비적인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공포감이 나를 엄습한 것은 먼 과거로부터 유래하며 그 외딴곳에도 분명히 남아 있던 파괴의 흔적을 대할 때였다. 어쩌면 바로 이 때문에 내가 그 도보여행을 시작하고 정확히 1년 후에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不動 상태가 되어 노리지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내가 마음속에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내가 그 전 해의 여름에 걸었던 서포크 주의 하늘이 내가 8층에 있는 그 방에 입실했을 때 이제 단일하고 막다른 비정의 지점으로 줄어들었다는 느낌에 얼마나 압도되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실로 내가 내 침대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라고는 그 창문 틀 안의 구름 한 점 없는 한 조각 하늘뿐이었다.
- W. G. Sebald, The Rings of Saturn (NDP, 1999), pp. 3-4.
Trans. G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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