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y 5, 2009

[...] 플로베르가 글을 쓸 때마다 그를 따라붙으며 괴롭혔던 양심의 가책. . . 부정확한 표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는 아주 쓰라린 절충과 타협을 하지 않고서는 한 자도 더 쓸 수 없으리라는 공포 속에 한 번에 몇 주고 몇 달이고 계속 침상에 틀어박혀 있곤 했다 [. . .] 플로베르의 양심의 가책의 근원은 어디를 가든 끊임없이 눈에 띄는 어리석음의 만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는 그 어리석음이 자신의 머릿속까지 침입했다고 믿었다. 마치 모래 속에 파묻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이러한 이유로 모래가 플로베르의 작품에서 그렇게 중요한 의의를 차지하는지 모른다. . . 모래가 모든 것을 정복했다. 낮이고 밤이고 플로베르의 꿈은 방대한 먼지 구름에 휩쓸렸다. 이 먼지는 아프리카 대륙의 건조한 평원에서 일어났고 지중해와 이베리아 반도를 지나 북으로 이동하여 마치 화재 후에 쌓이는 재처럼 루앙의 교외나 노르망디의 시골 마을에 내려앉아 구석구석 틈새를 찾아 들어갔다. 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의 겨울 외투의 가장자리에 앉은 모래 한 알에서 사하라 사막 전체를 보았다. 플로베르에게 있어서 먼지 한 점은 무게에 있어서 아틀라스 산맥과 동등했다.

- W. G. Sebald, The Rings of Saturn (NDP, 1999), pp. 7-8.
Trans. G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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