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14, 2009



보는 능력은 비시각적인 경험에 의지한다. 알 만한 나이의 어린아이의 경우에도 머리 위의 달과 지평선의 달이 서로 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것은 어린아이의 경험에 이질적인 추상 개념이다. 달은 일정한 시간에만 보인다. 어린아이에게 달이 뜨기까지의 시간적인 간격은 거의 영원처럼 느껴진다. 멀리의 작은 오두막집과 그곳에 이르는 길이 담긴 사진은 해석하기 쉬운 듯 보인다. 하지만 그 길은 직접 걸어본 사람만이 충분히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 아직 스스로 걷지 못하는 아기는 공간적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써야 하는 에너지의 소비로서의 거리감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공간적, 환경적인 단서들이 사진의 형태로 제시되면 그것들을 금방 배운다.

- Yi-Fu Tuan, Space and Place
Trans. Gene

내가 바라보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과 사진에서 보이는 내 모습이 다른 까닭은 경험과 공간 때문인 듯하다. 전자는 경험에 의해 왜곡된 모습이 걸러지지 않은 환영의 형태로 뇌세포를 속이는 것일 테고 공간의 사물과 빛의 조화로 이루어진 분위기에 더욱 왜곡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첫 경험을 하는 렌즈에게는 길들여진 뇌세포가 없는 까닭에 나의 진짜 모습이 잡히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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