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10, 2009

사진사

오래 전에 한 사진사가 에벤세로 이사를 했다. 그가 이사를 간 첫날부터 어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다른 고장에서 13살 난 아리를 아이를 추행한 죄로 수년간 형을 살았다는 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에벤세의 주민은 단 한 사람도 그에게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많은 결혼식이 그곳에서 행해졌기 때문에 그는 그곳에서 돈을 많이 벌리라고 생각했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은 수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사진관 문을 닫아야 했고 결국 에벤세를 떠났다.

그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스트뢰스너라는 이름의 다른 사진사가 퍼뜨린 소문이라는 것이다. 스트뢰스너의에 의하면 에벤세를 떠나야 했던 사진사는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자살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토머스 베른하르트
Trans. Gene

(베른 하르트이 이 초단편을 읽을 때 한국의 인터넷 신문에 곧잘 보도되는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입'은 무섭다. 입만 열면 독기를 뿜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인터넷이 그 대체물이다. 한편, 자살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오죽 하면 자살을 할까 . . . 긍휼히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자살을 옹호하는 입장은 절대로 아니다. 천성적으로 정신 구조 mental construct 가 약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일 경우에도 자살한다면 무엇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살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살하기 직전에 그 사람이 본 것을 내가 어렴풋이나마 보지 않으면 절대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할 비난할 수 없다. 어쩌면 칠흑같이 어두운 곳, 빛이 없다고 느껴지는 곳에서 자신을 건지고자 했을 그 절박한 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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